대법원, 중증 지체장애인에 콜택시 제공 거부한 서울시 배상 책임 확정

대법원이 ‘다리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중증 지체장애인에게 장애인 콜택시 제공을 거부한 서울시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중증 지체장애인 황모씨가 낸 장애인차별중지 등 청구소송에서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황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지난 25일 확정했다.
황씨는 생후 100일쯤 낙상사고로 척수를 다쳐 팔다리를 움직이기 힘들게 됐고, 2019년부터는 활동 보조인의 부축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됐다. 황씨의 장애인 증명서에는 상지(팔)는 중증장애로, 하지(다리)는 경증장애로, 종합적으로는 중증 지체장애로 기재돼 있다. 황씨는 2021년 2월 장애정도 심사를 신청해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및 관련 고시에 따른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자’로 인정됐다.
황씨는 2020년 11월 서울시설공단에 장애인 콜택시 이용을 신청했으나, 공단은 황씨가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따른 장애인 콜택시 이용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해당 시행규칙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를 ‘보행상의 장애인으로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서 버스·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황씨 측은 이를 ‘보행상의 장애인이면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을 뜻하는 것이라고 본 반면 서울시는 ‘보행상의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2022년 2월 서울시 등을 상대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을 허가하고, 정신적 손해에 대해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법령 해석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도록 이용대상을 지나치게 축소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이동 및 교통수단’에 장애인 콜택시가 포함돼 있지 않아 서울시의 이용 거부가 차별행위는 아니고, 서울시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2심도 “보행상의 장애가 있고, 어느 부위의 장애이든 그 정도가 심하고 버스·지하철 이용이 어렵다면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교통약자법 입법 취지에도 맞는다”며 황씨 측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가 교통약자에게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서울시 등이 황씨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위자료로 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을 일부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황씨가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보장받기 위해 필요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될 법률상의 의무가 있다”며 원심이 서울시의 장애인 콜택시 이용 신청 거부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본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대법원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시 진동, 급출발, 급정거, 회전, 사고 발생 등이 있는 경우 이용자가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균형을 잃으면 순식간에 넘어지거나 부딪힐 수 있다”며 “이는 비장애인에게는 잠깐의 흔들림일지라도 교통약자에게는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해달라는 신청을 받은 서울시 등은 그 이용대상자에 관한 관련 규정의 해석 및 황씨가 그 이용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면서 서울시 등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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