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중심 도시재생 한물가…민간에 맡기고 관은 지원을”
[기획] 특화거리, 어디로 가야 하나
6. 도시재생 전문가가 본 특화거리 해법
강동완(42) 디벨로펀 대표는 창원시 의창구 중동 일대 일명 '소리단길'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유명 백화점에서 총괄기획자(MD)로 일하다가 퇴사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허물어져 가는 빈집을 고쳐 와인가게를 열어 성공했다. 2020년 8월 고향 창원으로 와서 도시재생·로컬 브랜딩·로컬 크리에이터 발굴을 전문으로 하는 디벨로펀을 설립했다. 2021년 중동에 100년 넘은 한옥 공간에 카페 '오우가'를 열고, 인근에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 이름을 따 이탈리아 음식점 '박말순 레스토랑'을 열어 지역 명소로 만들었다. 해마다 이곳에서 '세모로(세상의 모든 로컬 크리에이터) 페스타'를 열고 있다. 지난해 10월 '관광의 날' 기념식에서 지역 관광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받았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시행하는 도시재생 공모사업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 우선, 마산에서 나고 자랐으니 잘 알겠지만 창동 '상상길' 같은 사업들은 사실상 모두 망했다. 왜 그렇게 됐다고 보나?
"예전에는 그렇게 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전국적으로 다 그런 식으로 사업을 했다. 벽화 그리고, 골목길 조성해놓으면 사람들이 올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하드웨어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정부에서 도시재생 사업이라고 해서 아주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전국적으로 많은 시도를 했지만 대부분 하드웨어 중심으로 하다 보니 거점시설 하나 만들고 나면 딴 데 쓸 돈이 없거나, 무슨 센터 하나 짓고 나면 돈이 없어서 벽화 그리고, 보도블록 새로 까는 정도밖에 못 하는 거다."
- 특화거리나 도시재생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정부·지자체는 한참 전부터 계획을 세워서 하지만 하드웨어 중심으로 가다 보니 트렌드에서 한참 지났을 때 완성품이 나오게 된다. 시기도 시기지만 정부·지자체 사업은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공공적인 역할에 더 비중을 두기에 아무래도 소비자들 처지에서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민간에서 주도하는 사업이 성공하는 이유가 있다. 하드웨어는 뛰어나지 않더라도 하나하나 콘텐츠가 매우 훌륭하다. 민간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더 간절하고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훨씬 더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움직인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대전 성심당이나 양양의 서퍼비치가 그렇다. 민간 주도로 해서 로컬 브랜딩이 된 거다. 성심당이 옛날에는 서울 진출했다가 실패했는데 지역에서 지역성 내세우면서 크게 성장했고 지역에서도 밀어줄 명분이 생겼다. 성심당이 유명해지기 전까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대전은 아무것도 할 것 없는 '노잼(재미없는) 도시'였다. 그런데 성심당이 유명해지고 나서는 성심당에 빵 사러 대전에 가고, 대전 간 김에 주변에도 여기저기 가보는 식이 됐다. 누가 대전 간다고 하면 성심당 가서 빵 좀 사오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누가 창원 간다고 하면 뭐 사오라고 하거나 가보라고 하는 데가 있나?
양양도 강릉하고 속초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동네인데 민간 주도로 서퍼비치가 만들어졌고 양양군이 전폭적으로 밀어주면서 전국적인 서핑 성지가 됐다. 여름에만 200만 명 이상 다녀가는 동네가 되었다. 양양은 지금도 소멸위기 도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퍼비치가 그 시간을 더디게 가게 하고 있다.

- 그걸 경남, 창원에 적용하면 어떤 게 있을까? 창원은 탱크 만드는 도시인데(웃음)….
"탱크 만들면 그것을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천에서 김밥천국 축제를 하는 것처럼 창원에서는 방산축제를 하는 거다. 창원 특산물은 탱크, 장갑차라고 내세우는 거다. 이걸 좀 재미있게 만들어서 내세우면 된다.
전국을 대상으로 마산을 설문조사를 해보면 '억세다', '거칠다'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약간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걸 역이용해서 이만기·강호동 천하장사를 배출한 점, 철인3종경기가 열리는 점 등을 잘 활용하면 '스트롱(strong)' '헬시(healthy)' '건강도시(Healthy city'로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

- '청년몰' 얘기도 해보자. 청년몰은 왜 모두 망했나?
"일을 거꾸로 했기 때문이다. 보통 민간에서는 입지를 선정할 때 여기가 대중교통이 어떤지, 배후 수요가 어떤지 정말 꼼꼼하게 살펴보고, 여기 들어가면 장사가 잘되겠다 싶은 곳에 딱 들어가서 하는 거다. 근데 정부에서 주도하는 청년몰들은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첫 번째 고민의 시작이다 보니 실패하는 거다. 버려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거기가 매력이 없는 곳이니까 버려지는 건데 그 공간을 또 경험이 부족하거나 경쟁력이 없는 친구들로 채우니까 잘 되기 어려운 거다."
- 그러면 청년몰 사업은 어떤 방식이어야 하나?
"청년들이 자유경쟁시장에서 정말 잘하는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자기 스스로 성장해나가야 하는데, 실력이 없는 청년들은 입지도 안 좋은 곳에 몰아넣고 너희끼리 알아서 해보라고 하면 성공할 수가 없는 구조다. 아까 주차장 얘기 나왔지만 그것도 마찬가지다. 여기다 주차장을 만들어줄 테니까 너희가 이 주변에서 알아서 해봐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되는 거다.
예를 들어 이 거리를 살리고 싶다면 이 거리에서 창업을 할 사람들을 모집해서 인테리어든, 인력이든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지원해주고 정부·지자체는 좀 물러나 있어야 한다. 정부·지자체에서 공간을 먼저 다 조성해 놓고 여기 들어와서 하라는 식이면 안 되는 거다.
특정한 구역이나 거리를 살리고 싶으면 돈 많이 들여서 획일적으로 공간을 만들 것이 아니라 그곳 전체를 살릴 수 있는 가게·기획자 등 잘하는 '플레이어'가 많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정말 우수한 플레이어가 5명이 되고 10명이 되면 이 거리에 콘텐츠가 그만큼 생기는 거고, 콘텐츠가 있으면 그걸 갖고 축제도 만들 수 있고,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게 정말 무궁무진해진다."
/조재영 기자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