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전유성만큼 한다

박일근 2025. 9. 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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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는 지난 25일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난 전유성씨가 1995년 낸 책이다.

□ 그가 총 23종의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던 건 세상 모든 것에 물음표를 던지고 항상 책을 읽으면서 연필로 메모하는 습관을 둔 덕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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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개그맨 전유성의 빈소. 28일 발인됐다. 뉴스1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는 지난 25일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난 전유성씨가 1995년 낸 책이다. 배꼽 잡을 이야기도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풀어내던 그는 ‘개그계의 대부’로 유명하지만 사실 빼어난 베스트셀러 작가기도 했다. 이 책은 5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당시는 컴퓨터가 지금의 인공지능(AI)만큼 광풍이 불던 때였다. 그도 초보용 책을 사 봤다. 그런데 모르는 전문용어투성이라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며 겨우 컴퓨터를 배운 게 책을 쓴 동기다. ‘까막눈만 아니면 할머니도 배울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고 삽화도 충분히 넣었다. 탁월한 입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내용은 친근감을 줬다. 이 책은 낯설고 두렵기만 한 존재였던 컴퓨터를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는 데 기여했다. ‘PC통신,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인터넷,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시리즈까지 나오면서 정보통신부로부터 상도 받았다.

□ 이 외에도 그가 쓴 책은 많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등에도 기발한 생각과 지혜, 해탈한 듯한 철학과 해학이 넘쳐난다.

□ 그가 총 23종의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던 건 세상 모든 것에 물음표를 던지고 항상 책을 읽으면서 연필로 메모하는 습관을 둔 덕이 컸다. 그는 사실 개그맨이 되기 전 방송용 원고를 써 주거나 영화사 광고 카피라이터 일도 했다. ‘하늘에서 콜라병 하나가 떨어지며 영화가 시작됩니다’(부시맨) ‘당신이 미성년자였을 때 그토록 보고 싶었던 영화’(겨울여자2) 등이 그의 작품이다.

□ 그동안 우리에게 준 웃음과 용기를 생각하면 그는 단순히 '개그맨'으로 부르고 말 게 아니라 '어른'이나 '선생님'으로 예우하는 게 맞을 듯하다. 그는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며 늘 자신은 낮추고 다른 이를 격려했지만 과연 전유성만큼 베푸는 삶을 사는 이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웃지마, 너도 곧 와." 그가 마지막으로 주고 간 웃음과 화두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박일근 수석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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