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숨진 20대…마약 강제투약 당했다 [범죄단지 재추적]①

원동희,이원희 2025. 9. 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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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캄보디아 남서부 보코 산악지대에서 20대 한국인 남성이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시신에는 멍과 상처가 있었습니다. 근처에는 중국인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단지가 있었습니다.

KBS 취재진은 박 씨가 사망하기 전 모습을 담은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연관기사
[단독] “죽기 싫으면 마약 해”…캄보디아 범죄단지 강제투약 현장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0598

[단독] 더 외진 곳에서, 더 악랄해진 범죄단지…“돈 벌려다 목숨 잃는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0599


영상 속에서 박 씨는 흡입기가 달린 물병 같은 물체를 들고 앉아, 연신 기체를 빨아들입니다. 박 씨가 들고 있는 건 필로폰을 기체로 흡입하는 장치인 '프리베이스'로 추정됩니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영상에는, 박 씨를 위협하고 협박하는 음성이 녹음됐습니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 조직원이었습니다.

조선족 조직원 :
죽여 버리기 전에 마셔. 빨리, 쭉 더 세게! 세게! 더 숨 참지 못할 때까지 빨아.

20대 청년은 왜 낯선 땅에서 이런 가혹한 고통을 겪다, 목숨까지 잃은 것일까.
■ "통장 팔면 큰돈 번다"…캄보디아 갔다가, 갇혔다

'본인 명의 통장을 캄보디아로 갖고 오면, 큰돈을 벌게 해드립니다.'

올해 7월.

박 씨는 지인에게서 '캄보디아에 가서 본인의 통장을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캄보디아에 입국해, 통장을 사줄 사람이 있다는 캄폿 주 보코(Bokor) 산악지대로 이동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4시간 떨어진 외진 곳이었습니다.


박 씨가 도착한 곳은 대형 범죄 단지였습니다. 중국인들이 자본을 대고, 젊은 한국인들을 고용해 한국을 향해 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소굴이었습니다.

이들에게는 피해자들의 돈을 입금받을 한국인의 통장이 필요했고, 박 씨 같은 사람이 표적이었습니다. 통장을 들고 온 사람들은 감금했습니다. 본인 통장으로 들어온 돈을 빼돌릴 수 있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박 씨도 마찬가지로, 갇혔습니다.
■ "죽기 싫으면 들이마셔라. 더, 더"…필로폰 강제 투약

범죄조직은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의 돈을 박 씨 통장으로 입금받았습니다. 그러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캄보디아에 갇힌 박 씨도 영문 모를 일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박 씨의 캄보디아행을 권유한 지인이 국내 대포통장 조직과 연결돼 있었고, 이미 확보한 박 씨의 개인 정보와 통장 비밀번호로 돈을 빼간 거였습니다.

그날부터 박 씨에게 지옥이 시작됐습니다.


조직원들은 박 씨에게 돈이 없어진 경위를 추궁하고,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박 씨에게 일회용 비밀번호를 재발급하라고도 지시했습니다.

故 박OO : 하라는 대로 와서, 돈 들고 가려고 했습니다.

조선족 조직원 : 이번에 법인장(브로커 추정) 같이 들어왔냐?

故 박OO : 네 맞습니다. 법인장도 같이 들어오고. 일단은 OTP(일회용 비밀번호) 재발급 하고 다 넘겨줬습니다.

조선족 조직원 : 확실한 거야?

그들은 돈을 찾아오라며 박 씨 가족까지 협박했고, 결국 마약 강제 투약까지 감행했습니다. 마약을 맞기 시작하면, 탈출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심신이 무너지고, 조직원들에게 큰 빚을 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 사망 2달 지났는데...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박 씨

박 씨의 사망은 지난달 6일 국내에 알려졌습니다.

두 달이 지나도록, 시신은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부검을 요청했지만 그조차도 '협의 중'입니다.

외교부와 경찰은 범인들이 검거될 때까지 캄보디아 정부와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범죄단지는, 1년 전 KBS 보도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보도 이후 현지의 대대적 단속으로, 수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 3곳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나 박 씨의 사망은, 범죄단지가 더 외진 곳으로, 더 악랄해진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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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 기자 (eastshine@kbs.co.kr)

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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