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실 정보공개, 경과와 의미, 남은 과제들

하승수 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2025. 9. 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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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비서실이 지난 9월 23일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했다. 대통령비서실이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물론 미흡한 점들이 많고, 남은 숙제도 많다. 그러나 이 정도의 정보공개라도 이끌어 내기까지 지난한 과정들이 있었다.

기록물 이관으로 번번이 각하되었던 대통령실 예산 집행 정보

대통령비서실의 예산 집행 관련 정보를 공개받기 위한 노력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는 필자가 직접 원고가 되어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6년 3월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에 법원은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등 예산 집행내역을 비공개할 사유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통령비서실은 항소했다. 그리고 2심이 진행되던 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에 그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전에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그리고 2018년 1월 2심 재판부는 ‘기록물이 이관되어 대통령비서실이 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에는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등 예산 집행정보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다. 2022년 2월 1심에서는 한국납세자연맹이 일부 승소했다. 그런데 2심이 진행되던 중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록물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그러자 2024년 2월 2심 재판부는 기록물이 이관되었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대통령비서실의 예산 집행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정보공개소송은 번번이 각하되어 왔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임기가 만료되면 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대통령비서실에 자료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실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등 예산집행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윤석열이 탄핵되면서 정보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출처:연합)  

뉴스타파,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정보공개소송 제기해 최종 승소

그래서 권력기관의 예산감시 활동을 해 왔던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서 2022년 8월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최대한 빨리 소송을 제기해서 최대한 빨리 확정판결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소송을 제기하던 당시에는 윤석열의 권력이 정점에 달해 있던 시기였다. 그 시기에 윤석열 취임 직후 81일 동안 사용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 수의 계약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수의계약 내역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이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졸속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소송의 원고는 뉴스타파 박상희 기자였고, 소송대리는 필자가 맡았다. 소송과정에서 대통령비서실은 법원에 비공개 열람·심사 자료를 엉터리로 내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소송이었는데, 국가안보실 자료를 내는 식의 행태를 보인 것이다.

그래서 소송은 상당히 시간을 끌었다. 1심 판결은 소송제기 후 1년 5개월 정도가 지난 2024년 1월에 내려졌다. 결과는 일부 승소였다.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와 수의계약 내역중 일부 비공개대상 정보(특수활동비의 수령자,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의 일부 개인정보)를 제외하고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은 항소를 했고, 2심 판결은 2025년 1월에 내려졌다. 2심 판결에서는 일부 수의계약 내역만 비공개 대상정보로 추가했다. 시설 유지.보수 관련 계약의 경우에는 업체의 명칭을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정도였다.

그런데 내란의 와중에도 대통령비서실은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2일 대법원은 대통령비서실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상고이유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실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실에서 사용한 특수활동비 등 예산 내역을 공개했다. 하지만 미흡한 점이 많은 '반쪽 공개'라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연합)

이재명 대통령 비서실, ‘반쪽의 공개’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시점은 이미 윤석열이 탄핵되고, 6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였다. 그래서 윤석열 당시의 기록물은 이미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후였다. 그러나 이관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으므로 해당 자료는 공개되어야 마땅했다. 그래서 뉴스타파는 대통령기록관에 ‘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은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시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도 지난 8월 13일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수의계약 내역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비서실은 한차례 연장을 한 끝에, 지난 9월 23일 정보를 일부 공개했다.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한 것이다. 수의계약 내역은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상 최초로 대통령비서실의 예산집행 내역이 공개된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예산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고, 지난 몇 년간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노력한 것의 성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반쪽의 공개’였다. 첫째, 대통령비서실은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확정된 판결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지출증빙서류도 공개대상 정보로 봤다. 일부 비공개대상 정보(특수활동비를 수령한 수령인의 이름, 특정업무경비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행사에 참석한 외부참석자의 개인정보 등)를 제외하고는 지출증빙서류도 공개대상 정보로 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비시설은 지출증빙서류 자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집행장소(식당 등의 상호)를 대부분 가리고 공개했다. 그러나 법원은 집행장소에 대해 비공개대상정보라고 보지 않았다. 그러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대통령비서실에서 내부적으로 수행중인 업무가 특정되어 드러나거나 국정업무의 동향 및 진행경과, 대통령의 향후 일정 및 동선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비서실은 자의적으로 집행장소를 대부분 가리고 공개했다.

대통령실, 정보공개의 모범을 보여야

안타까운 것은 이재명 대통령비서실이 기왕에 공개할 것이면, 법원 판결의 기준에 맞게 공개했어야 마땅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것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정보공개는 국민주권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남은 숙제들이 있다. 필자는 대통령비서실에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할 예정이다. 법원 판결의 기준에 맞게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고, 집행장소도 공개할 것을 청구하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비서실이 법원 판결의 기준에 맞춰서 정보공개를 하도록 만드는 것은 다른 권력기관들의 충실한 정보공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여전히 검찰과 법무부는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그래서 지금도 필자가 원고가 되어 4건의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대통령비서실이 법원 판결을 존중하여 제대로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주권을 실현하겠다면, 정보공개법 개정 등을 통해서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권력기관들이 자의적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하거나 정보를 은폐하지 못하도록 처벌규정을 도입하는 것, 시간이 오래 걸리는 행정소송이 아니라 독립성이 보장된 행정심판을 통해서 신속하게 정보공개를 받을 수 있도록 ‘정보공개 전담 특별행정심판기구’를 설치하는 것, 비공개사유를 최대한 명확하게 정비하는 것 등의 과제들이 있다. 이런 과제들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비서실부터 정보공개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뉴스타파 하승수 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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