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영화 관세’ 100% 꺼낸 진짜 이유 [디브리핑]
LA, 촬영지 선호도 6위…캐나다, 영국, 호주는 세제 혜택 늘려
영화 관세부과 기준 불투명…해외 박스오피스에 의존 문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외국산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라고 트루스소셜에 밝힌 가운데, 할리우드 표지판 설치가 중단된 모습. [로이터]](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30/ned/20250930144855246lxbj.jpg)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에 이어 미국 밖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 부과를 또 언급한 배경에는 할리우드에서 급등한 제작비로 최근 몇 년간 미국 밖에서 영화 제작이 많이 이뤄진 데 있다. 미국 내 영화 제작 거점이 일부 생겨났지만, 세금 부담과 높은 인건비로 영화 제작사들이 해외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실정이다.
29일(현지시간) CNBC방송은 “과거 활발한 영화 제작 중심지로서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대명사로 불렸던 할리우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더 문’. [AP]](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30/ned/20250930144855593xqfg.jpg)
영화와 TV 시리즈 제작 비용이 높아진 배경에는 코로나 19 팬데믹과 작가·배우 파업 이후 제작자들의 임금 체계가 스트리밍 시대에 맞춰 바뀐 것이 꼽힌다.
CNBC는 “예산은 점점 빠듯해지고 있다. 스트리밍은 미디어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꿨고, 영화관 관객은 줄었으며, DVD 판매 수익도 사라졌다”며 “그 결과 디즈니, 유니버설, 워너브라더스, 파라마운트 같은 미디어 대기업들은 지상파 TV 붕괴와 광고 수익 감소가 의미하는 바를 계산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으로 제작 거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영화 제작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 혜택뿐 아니라 더 저렴한 인건비와 의료 혜택까지 제공한다. 이에 따라 수 천개의 영화 산업 관련 일자리가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헝가리,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호주, 뉴질랜드 같은 해외로 옮겨졌다고 CNBC는 전했다.
올해 1월 제작 동향 조사기관 프로드프로가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는 촬영지 선호도에서 6위에 그친 반면 캐나다 토론토와 밴쿠버, 영국, 유럽, 호주 등 국가들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할리우드 노스(북쪽의 할리우드)’로 불리며 수십 년간 미국 영화·TV 제작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이로 인해 드라마 ‘리버데일’, ‘수퍼내추럴’뿐 아니라 영화 ‘트와일라잇’, ‘아메리칸 사이코’ 등이 캐나다에서 촬영됐다. 이 같은 배경에는 캐나다에서 제공하는 세금 혜택과, 우수한 제작 인력, 기술진 양성 등이 있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아일랜드, 독일, 체코 등 많은 나라들이 세제 혜택을 늘리고 촬영 인프라를 확충하며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2~2024년 사이 호주·뉴질랜드에서는 4000만달러 이상 규모의 제작이 14% 증가한 반면, 미국은 26%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기자회견 중 연설하고 있다. [AFP]](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30/ned/20250930144855836meez.jpg)
그동안 미국은 할리우드로 영화 제작 산업을 회귀시키기 위해 세금 혜택과 저렴한 노동비 등을 제시했다. 지난 7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더 많은 촬영을 유치하기 위해 주의 영화·TV 세액 공제를 총 7억5000만달러로 늘려 기존 한도를 거의 두 배로 확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밖에서 영화를 제작하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미국 영화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발상에서 기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우리의 영화 제작 사업은 아기한테서 사탕을 훔치는 것처럼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도둑맞았다”며 “난 이 오래됐고 끝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밖에서 만든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에도 트루스소셜에서 “미국 영화 산업은 매우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며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할리우드. [로이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30/ned/20250930144856084otkt.jpg)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5월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 밖에서 만든 영화’의 기준과 관세 부과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영화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불투명하며, 실제로 할리우드 제작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의문을 보이고 있다.
미국 리서치·컨설팅 업체 포레스터의 마이크 프룰룩스 부사장은 “영화는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이기 때문에 서비스에 어떻게 관세를 매길 수 있을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만약 어떤 허점을 찾아 관철한다 해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영화와 한정된 기간의 시리즈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해외에서 광고를 찍어 비용을 절감하는 광고업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 앨리샤 리스도 “만약 주요 스튜디오가 미국에 있어도 스토리상 해외 촬영이 불가피한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며 “기준선은 어디인가? 질문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영화 산업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 조치가 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도 우려했다. CNBC는 “할리우드는 천문학적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해외 박스오피스에 의존한다”며 “이미 중국은 할리우드 영화 수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도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아담 시프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의회는 관세라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방법 대신, 초당적이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연방 차원의 영화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웨드부시의 리스는 “문제는 사운드 스테이지(촬영용 대형 스튜디오)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며 “미국 내 사운드 스테이지 기반을 확대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세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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