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기 사라진 국무회의…이 대통령, 잇단 악재에 거푸 질책

엄지원 기자 2025. 9. 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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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 장관님. 이제 상황 파악은 다 됐겠죠? 실시간 데이터 백업도 규정상 하게 돼 있는데 맞죠? 그런데 안 된 거죠? 내 말은, 실제로는 엉터리로 했고, 규정은 어떻게 돼 있냐 이거죠.”

“노동부 장관님. ‘동시 사망사고 5명 발생하면 회사 망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게 해 놓으라는 겁니다. 법령 개정 필요하면 빨리 해주시고요.”

“법무부 장관님. 검사들이 되도 않는 거 기소해서 항소하고 상고하고 국민에게 고통 주는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방치합니까.”

“총리님. 자살대책 총괄은 총리께서 맡으시나요? 현재 진척 정도는 어떻습니까.”

“공정위원장님. 국무회의 처음 오셔서 그런 것 같은데, 정확히 파악하시고 말씀하시는 게 좋습니다. 판단과 결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국무회의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 출장을 다녀온 뒤 처음 열린 30일 국무회의에선 이 대통령의 보기 드문 ‘기강 잡기’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모든 부처에 “보안·국민 안전 관련 시스템을 전부 점검해서 다음 국무회의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국무총리부터 시작해 공정거래위원장까지 거의 모든 장관급 참석자들의 업무 이행 상황을 보고받으며 잡도리에 나섰다. 평소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던 모습은 간 데 없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부터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사태까지 잇단 악재에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긋자 이 대통령은 이날 작심하고 국정의 고삐를 죄려는 듯 보였다.

이날 국무회의의 핵심 안건은 국정자원 화재였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을 거라고 보통 우린 믿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제 잘못이기도 하지만 각 부문에 이런 게 많이 있을 수 있다”며 “다음 국무회의 때까지 각 부처들은 보안이나 국민 안전, 위해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전부 점검, 발굴해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부 스크린하라. 국무회의 때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각 분야 피해 상황을 전 부처 장관에게 보고받기도 했다. 보고에 앞서 “최대한 신속히 복구한다, 필요한 우회 방안을 강구한다는 얘기는 당연한 거니까 일반적인 논의를 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뻔한 보고는 접어두라는 뜻이다.

주무 부처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한 질문 공세는 특히 매서웠다. 이 대통령은 윤 장관에게 “민간은 (사고에 대비한) 이중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정부는 하세월 하면서 안하고 있었단 거냐”고 묻거나, “(윤석열 정부가) 유지·보수 예산을 삭감했는데 예산안은 이미 내놓긴 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하든 신설하든, 예비비로 하든 최대한 빨리 동시에 하라”고 지시했다. 실시간 데이터 백업에 대해 윤 장관이 “주 단위로 하고 있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실제로는 엉터리로 했고, 규정은 어떻게 돼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규정상 신규 데이터는 즉시 백업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그동안 관심을 갖고 지시해온 산업재해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질책성 질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재 사망, 특히 추락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는데 발표를 했느냐”고 묻고 구체적으로 ‘몇 명 이상 사망할 경우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이 어떻게 된다’고 명시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동시에 사망사고가 5명 발생하면 회사가 망하는구나’ 예측할 수 있게 해놓으라는 것”이라며 “법령 개정이 필요하면 빨리 해달라”고 재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는 무죄 선고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계적 항소·상고를 질타하며 개선책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억울하게 기소됐는데 몇 년 재판해서 돈 들여 고통 받고 무죄를 받았는데 검찰이 아무 이유 없이 항소할 경우 한참 돈 들여 생고생을 하고 무죄를 받아도 또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에 가서 무죄받고 돈 때문에 집안이 망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죄 판결에는 상소를 못하게 하는 나라가 많잖나. 검사들이 되도 않는 걸 기소해서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데 왜 방치하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서 명백한 법리 관계를 다투는 사안 외에는 항소를 못하게 해야 할 것 같다. 대검찰청 관련 사무 예규를 바꿔서 공소심의위와 상고심의위를 실질화하도록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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