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도 먹기 버거운 시절… 비싸다던 '패밀리레스토랑'에 사람들 몰려든 까닭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활기
외식물가 고공행진 속에서
가성비·합리적 소비로 부상
술 안 마시는 트렌드도 영향
다만, 장기 지속성은 미지수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에 활력이 감돌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고물가 국면에서 '가성비 좋은 선택지'로 부상하면서다. 여기에 부쩍 늘어난 술 먹지 않는 사람들(소버 큐어리어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점심 회식 문화 등도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다만, 이런 질주가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외식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하는 데다, 패밀리 레스토랑 역시 가격 부담에서 자유로울 순 없어서다.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사진|이랜드이츠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30/thescoop1/20250930110717025mwfg.jpg)
# 9월 셋째주 주말. 4인 가족 수진(48)씨 부부가 선택한 외식 장소는 집근처 '애슐리퀸즈'였다. 고급 식당이나 개별 맛집과 비교해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수진씨는 "웬만한 식당에 가서 4인 가족이 한끼를 먹으려면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패밀리 레스토랑은 메뉴가 다양해서 가족 모두 입맛에 맞는 걸 고를 수 있고, 후식도 있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직장인 윤태용(34)씨는 최근 팀원들과 '아웃백'에서 점심 회식을 가졌다. 테이블엔 샐러드와 스테이크, 가벼운 음료가 올랐다. 술 없이 간단하게 식사만 하는 회식이었다. 태용씨는 "요즘은 건강도 챙기고 분위기도 깔끔한 점심 회식을 선호한다"며 "굳이 고깃집에서 늦게까지 있지 않고, 쾌적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편하게 대화하는 자리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 고물가 속 질주 =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에 활기가 불고 있다. 최근 주요 브랜드들은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시장의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애슐리퀸즈는 9월 초 서울 동대문구에 '애슐리퀸즈 장안점'을 오픈했다. 올해 들어 문을 열어젖힌 10번째 매장이다. 애슐리퀸즈 매장은 2022년 59개에서 2023년 77개, 지난해 109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4분기에도 신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어서, 연내 120개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도 좋아졌다. 2022년 160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40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도 2200억원을 내면서 전년 동기 매출액(17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사진 |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30/thescoop1/20250930110718361xiyw.jpg)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들도 공격적으로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종합외식기업 다이닝브랜즈가 운영하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는 신규 출점과 함께 매장을 리뉴얼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2년 88개였던 매장은 현재 101개로 증가했다. 지난 8월 롯데몰 김포공항점을 포함해 올해에만 5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CJ푸드빌의 빕스(VIPS)도 2022년 25개에서 현재 34개로 매장을 대폭 늘렸다. 특히 올해에만 주요 상권에 5개 매장을 신규 오픈하며 적극적으로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빕스 관계자는 "신규 매장들은 오픈 당일 100명 이상의 오픈런을 기록하는 등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일례로 '충북 청주 커넥트현대점'의 경우 6월 오픈 이후 7월 기준 일평균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요 브랜드가 이렇게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자 시장 전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시장 규모가 2023년 8961억원에서 올해 1조1263억원, 2026년 1조1742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그 중심엔 고물가가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이 지난해 1만1923원에서 올해 1만2423원으로 4.2% 올랐다(이하 8월 기준). 삼계탕(5.6%)·비빔밥(5.3%) 등 주요 외식 품목 가격 중 1년 새 오르지 않은 게 단 하나도 없다. 커피전문점도 가격 인상을 거듭하면서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이 5000원을 넘나드는 브랜드가 부쩍 많아졌다.
반면 애슐리퀸즈(이랜드이츠)는 성인 평일 런치 기준 1만9900원이다. 주말과 디너도 3만원을 넘지 않는다. 빕스(CJ푸드빌)의 가격은 같은 기준 3만9700원으로 다소 높지만, 커피와 디저트를 포함한 풀코스 식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고물가 국면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합리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는 거다. 여기에 '소버 큐어리어스(Sober Curious)' 등 음주 감소 트렌드와 '점심 회식 문화'가 맞물린 것도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 질주 막아서는 변수들 = 다만, 이같은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원재룟값 앞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불안한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2022년과 2023년에 잇따라 가격을 인상한 빕스(CJ푸드빌)는 올 2월에도 성인 기준 가격을 1800원 올렸다. 그렇게 책정된 가격이 런치 3만9700원. 디너·주말·공휴일 4만9700원이다.
아웃백(다이닝브랜즈) 역시 지난 6월 주요 파스타와 일부 샐러드 메뉴 가격을 평균 5.0% 인상했다. 아웃백이 파스타 가격을 올린 건 2021년 11월 이후 3년 반 만이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를 떠받치는 소비 트렌드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몇몇 외식 전문가는 최근 주목받는 소버 큐어리어스나 점심 회식 문화가 일시적인 흐름일 수 있다고 꼬집는다. 2010년대 중반 외식 트렌드를 바꿔놓은 혼밥·혼술 문화가 수그러든 전철前轍을 밟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점심 회식 문화는 기업의 업종이나 조직 문화, 리더의 성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저녁 회식으로 소비의 축이 이동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현재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는 일시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말을 이었다. "외식 트렌드는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업계는 단순 매장 확장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고객 경험과 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안정된 선택지'로 머무는 데 그친다면, 향후 외식 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 때 다시 수요가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브랜드별 정체성을 강화하고, 세분화한 고객 타깃 전략을 동반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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