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막이란 글자 / 이순상

최미화 기자 2025. 9. 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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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상 시인의 시조는 참신한 발상과 미묘한 이미지 직조로 눈길을 끈다.

그를 이끄는 창작의 추동력은 사람과 인정에 대한 다함 없는 그리움이다.

독자는 한 권으로 묶인 그의 시조집 『말바람둥이』를 읽는 순간 아, 정말 그렇구나.

그러니까 그에게 시조는 자신의 삶을 견인하는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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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란 글자 / 이순상

마지막의 끝 글자/ 시작의 쓴 물처럼// 당겨서 끌어안을/ 능력도 모자라서// 그대로/ 놓아버리고 나니/ 섭섭하고 애잔하네// 막자는 언제든지/ 시원한 느낌이네// 불러들일 수도 없고/ 머무를 수도 없어// 마음도/ 마지막에 떨고/하늘도 끄물끄물

『말바람둥이』(제라, 2024)

이순상 시인의 시조는 참신한 발상과 미묘한 이미지 직조로 눈길을 끈다. 그를 이끄는 창작의 추동력은 사람과 인정에 대한 다함 없는 그리움이다. 사위어들 길 바이없는 그리움이 큰 힘으로 그의 안팎을 늘 휩싸고 돈다. 독자는 한 권으로 묶인 그의 시조집 『말바람둥이』를 읽는 순간 아, 정말 그렇구나. 이분 참 대단한 시인이구나!, 하고 감탄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그의 영혼, 그의 정신이 깃든 작품이 이 모든 것을 넉넉히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말바람둥이』를 보라. 얼마나 기발하고 참신한가? 그 누가 일찍이 바람둥이 앞에 말을 붙여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었던가? 그뿐이 아니다. 「전갈」에서 서로가 돌아누운 그리움의 아랫도리, 라는 절묘한 구절은 괄목상대다.

「막이란 글자」는 말과 언어에 대한 예민한 관심에서 비롯된 시조다. 막자는 언제든지 시원한 느낌이네, 라고 막의 종결에 대한 느낌을 표출한다. 그 정황은 불러들일 수도 없고 머무를 수도 없어 마음도 마지막에 떨고 하늘도 끄물끄물, 한다는 진술로 끝내고 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언급과 같이 보인다.

또 한 편 「너의 초상」을 본다.

쏘다닌 시간 틈새/ 무한의 가능성만// 믿으며 조이면서 지난한 노력 끝에// 캄캄한/ 밤하늘에서/ 샛별을 찾는다// 비장한 나의 바람/ 스스로 다잡아서// 달빛 은은한 내 심원에 기대어// 아직도/ 밀려오는 인고/ 그 그늘에 머문다.

「너의 초상」은 자신의 인생관, 문학관 혹은 세계관을 형상화하고 있다. 쏘다닌 시간 틈새 무한의 가능성만 믿으며 조이면서 지난한 노력 끝에 캄캄한 밤하늘에서 샛별 하나 찾으려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진솔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비장한 나의 바람 스스로 다잡아서 달빛 은은한 내 심원에 기대어 아직도 밀려오는 인고를 견디기 위해 그 그늘에 머무는 여유를 가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이토록 진지하게 궁구하고 있다. 내면과의 대화로 얻은 것이다.

이순상 시인은 좋은 시조 찾아 읽기를 통해 무한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또한 이따금 시조 작품을 쓰면서 말로 다 못할 희열을 느낀다. 그러니까 그에게 시조는 자신의 삶을 견인하는 강력한 힘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탐구와 천착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시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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