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MRI 왜 자꾸 찍자 하는지 봤더니… 

김일출 2025. 9. 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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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출의 시시비비] 
자기공명영상촬영(MRI)는 최첨단 의료장비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다. 한때는 MRI 유무로 병원의 수준을 판단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에서 국내 대다수 국립대병원이 내구 연한을 훨씬 넘긴 중요 의료장비 수십 대를 사용 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의료장비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기기를 내구 연한 8년보다 몇 갑절인 20년이 다 되도록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MRI는 최첨단 의료장비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다. 한때는 MRI 유무로 병원의 수준을 판단하기도 했다. MRI 촬영의 결과는 그냥 믿어도 될 것 같은 막연한 신뢰감을 갖기도 했다. 지금도 적지 않은 비용 때문에 촬영 받고 싶어도 쉽게 마음을 내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국립대병원조차 정부가 정한 내구 연한을 훨씬 넘게 사용하고 있다는 MRI를 민간 병원들은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공공데이터센터에서 9월 23일 현재 경기도 의료기관별 MRI보유 현황을 들여다 보니, 민간 의료기관 역시 다를 바 없었다.

경기도 중 가장 의료기관 밀집도가 높은 A시는 2003년, 2004년에 MRI를 설치 신고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20년 더 된 '중고 장비'다. 다른 곳에서 쓰던 것을 구입한 사례도 확인됐는데 그렇다면 수명이 더 늘어난다. 이들 장비가 버젓이 첨단 장비처럼 사용되고 있다니….

국내 병원에서 MRI가 일반화된 것은 최근이다. 2018년 10월 시행된 '문재인 케어'가 촉매 역할을 했다. 암, 뇌혈관 질환 등 MRI 검사에 대한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시행 2년 만에 MRI가 한국 의료에서 보편적인 영상검사 장비가 되었다.

MRI를 보유한 의료기관은 2017년 상급종합병원 116개, 종합병원 309개, 병원 383개, 요양병원 1개 등 809곳이었는데 이 정책 도입 첫 해인 2018년 10월 1133곳으로 급증했다.

상급종합병원의 MRI 촬영 환자는 2017년 3326명에서 2020년 1만563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종합병원은 11배, 병원급은 무려 40배, 의원급은 42배 늘었다. 총 촬영환자는 불과 3년 사이에 약 10배 증가했다. MRI 촬영 건수는 2016년 126만 건에서 2018년 226만 건, 2020년 563만 건으로 급증했다. 의료비 지출은 2018년 1891억 원이었지만 2021년 1조 8476억 원으로 폭증했다.

MRI는 자기장 세기(T∙테슬라)가 높을수록 더 선명하고 정밀한 영상을 얻을 수 있어 미세한 병변이나 구조물까지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최고해상도인 3.0T MRI는 31.3% 인데 반해 1.5T MRI는 2024년도 56.18%에서 2025년 9월 현재 66.7%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번 국회의 지적처럼 노후화된 장비다. 2023년 6월 기준 총 1983대 중 5년 미만이 612대로 30.9%, 5년 이상 10년 미만이 576대로 29.0%,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731대로 36.9%, 20년 이상 30년 미만이 64대로 3.2% 이다. 내구연한 8년을 넘어 10년 이상인 MRI가 무려 40%가 넘는다.

의료계의 핵심 장비인MRI가 이처럼 30년이 넘도록 병원 현장에서 사용되고, 최고 해상도가 아닌 중저해상도 MRI가 주종을 이루는 가장 큰 이유는 성능과 내구 연한에 따른 차등 수가의 적용이 없기 때문이다. 노후화에 따른 보상 역시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높은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노후 장비가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국립대 병원들조차 사용 연한이 몇 배 지난 중고 MRI를 버젓이 사용하게 된 까닭이다.

일본은 MRI를 비롯한 의료영상 촬영 장치의 내구연한과 성능의 차이를 반영해 의료수가를 지불한다. 2012년 수가 개정을 통해 3.0T 이상의 고성능 장비에 대한 별도의 수가가 신설되었다. 같은 모델의 장비일지라도 내구연한이 지난 것은 등급을 낮추어 자연스럽게 중고 장비들의 퇴로를 만들어 주었다.

이로써,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고성능 장비에 투자하도록 유도했고 당연히 의료기관 간 고성능 장비 도입 경쟁이 일어났다. 높은 자장의 신형 장비를 구입하면 질 높은 수준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고 동시에 보상 수가가 많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가능하다. 환자 진료에 고해상도의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무엇보다 의료 기술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수가에 반영되는 역동적인 수가 체계다. 그 결과 의료 영상의 질적 수준을 높였고, 자국내 MRI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한 셈이다.

의료 영상 촬영과 판독의 오류는 암 오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의료 현장에서 진료의 기본은 정확한 판단을 위한 검사이고 MRI 촬영을 통한 영상 진단은 그 중심에 있다.

MRI 의 성능과 내구 연한에 따른 수가 체계를 재편하고 같은 연도의 장비라도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아 해상도가 떨어지면 수가 지불을 일시 중지 하며 연한이 지난 중고 MRI에 대해서는 퇴출에 가까운 저수가 체계를 적용할 경우 적어도 촬영으로 인한 오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환자들의 알 권리 차원과 환자 안전 면에서도 사용 연한을 초과한 MRI는 공개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수 개월 고액비용에도 어려웠던 부품 교체와 고장 수리도 한결 용이해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만연한 병원들이 수익 증대에 혈안이 되어 MRI 촬영을 남발해 오고 있는데, 성능별 차등화는 오히려 병원간 최신 MRI 도입 경쟁을 촉발해 중복 촬영, 촬영료 증가 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중고 MRI 촬영료를 인하하고 동일 기종 혹은 등급의 MRI로 촬영한 환자는 상급 의료기관 혹은 타 지역의 병원을 이용할 때 판독료만 추가 청구할 수 있게 해 중복 촬영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코메디닷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일출 대표 (medicallead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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