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피해 보상 ‘막막’…특별법 시행되지만 [취재후]

진선민 2025. 9.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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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몸에 이상이 생겨, 지금까지도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갑작스런 투병 와중에, 국가로부터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걸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요.

지난 4월 국회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특별법'이 통과돼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랜 염원 끝에 법이 만들어졌지만, 피해자들은 법이 시행되더라도 실제로 보상 문턱이 낮아질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 백신 맞고 사지 마비된 26살 청년… 4년 만에 대법원 승소


지난 23일 취재진이 만난 '코로나 백신 중증 피해자 1호' 김지용 씨는 "백신 접종 이후 시간이 멈춘 느낌"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는 병원 작업치료사로 막 취업한 2021년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습니다. 이후 10시간 만에 사지 마비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갔고, 1년 가까운 입원 생활이 이어지며 일도 그만둬야 했습니다.

정확한 병명조차 나오지 않아 병원 이곳저곳을 헤매다 최종적으로 희귀 신경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을 진단받았습니다.

김 씨를 진료한 주치의는 "AZ(아스트라제네카 백신)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소견을 냈지만,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는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엔 기저질환으로 몰아갔어요. 원래 건강했던 아이였는데, 척추 MRI에서 허리 디스크가 있다고 그것 때문이라면서요. 의사들은 다 백신 부작용을 의심했는데 질병청은 엄격한 기준만 고집하면서 외면한 거죠. 추가로 나오는 부작용 보고 사례를 더 보고 판단하겠다는데, AZ 백신은 그 후에 30세 미만에서 사용이 중단됐거든요." (김지용 씨 아버지)

결국 김 씨는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보상 신청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도 산업재해 요양급여 지급 소송을 제기해,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업무 수행을 위해 백신을 맞고 부작용을 겪게 된 '산재 피해자'로 인정된 첫 사례입니다. 하지만 사법부 판결에 기대, 공식적인 피해 인정을 받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신체적으로 치료에 집중하는 것만도 힘든데, 그 와중에 정신적으로도 계속 힘들었거든요. 가족들의 끈기와 인내 때문에 버티기는 했지만, 솔직히 보통의 피해자들은 이렇게 못했을 것 같아요." (김지용 씨)

김두경 코백회(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 회장은 "백신 부작용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병을 얻고, 이혼하고, 집안이 완전히 망가진 사례도 종종 본다"며 "그 억울함을 국가가 달래주지 않으면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 피해 신고 10만 건 넘는데…보상 결정은 4명 중 1명꼴

실제로 백신 피해 신고자 가운데 '보상'을 받은 건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보상을 받으려면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이 명백하거나, 개연성이 높거나, 최소한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받아야 하는데, 피해자들이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백신 피해 신고 건수는 10만 394건.

심의 완료된 10만 335건 가운데 보상·지원(사망위로금 포함) 결정이 이뤄진 건 2만 8천여 명뿐입니다. 나머지 7만 2천여 명은 기각돼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보상 결정을 받은 사망자는 25명으로, 전체 사망 피해 신고자의 1%에 못 미쳤습니다. 중증 피해 신고 1,618건 중에선 106명만 보상을 받았습니다.

■ 10월 특별법 시행 앞두고…"보상 기준·절차 개선돼야"

이런 보상 문턱을 낮춰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특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백신을 맞은 뒤 질환이 발병한 '시간적 개연성'이 있어도, 백신과 질환 간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보상보다 더 낮은 단계인 '지원'(4-①) 대상으로 분류되고, 기저질환이나 다른 원인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으면 아예 '기각'(4-②) 판정을 받는데요.

특별법이 시행되면 기존 '지원'으로 분류됐던 대상도 보상을 받을 길이 열립니다. 인과관계 추정 규정이 특별법의 핵심인데 자료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이상반응이 나타나게 된 다른 명백한 원인이 없으면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기로 한 겁니다.


문제는 인과성을 추정하는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피해자 단체는 "피해자 목소리를 반영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황필규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장)는 "코로나19 백신이 가지는 특수성,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데다 사실상 접종이 강제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가 보상·지원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법 시행 전에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어떻게 기준을 만들고 적용할지를 당연히 고민하고 정리했어야 하는 건데, 질병청은 그냥 피해보상위원회에 맡길 계획이었다고만 하더라고요. 참고하라고 판례만 던져주고 끝내겠다는 건데 너무 무책임한 거죠. 판례만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워요." (황필규 변호사)


보상 여부를 결정할 피해보상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도 피해자들이 문제 삼는 대목입니다.

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기존 감염병예방법 하위법령을 거의 준용했는데, 위원회는 의료·법률·학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15명으로 꾸려집니다.

여기에 피해자 단체 추천 위원을 포함하고, 회의록을 포함해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피해자 단체 측 주장입니다.

"대통령이 3명 바뀌고, 질병청장이 4명 바뀌고, 담당 국장이 6명 바뀌는 동안 우리는 계속 앵무새처럼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요. 법이 통과됐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었으면 잘 시행되도록 해야죠. 정말 우리를 구제할 생각이 있는 건지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

피해자 단체는 내일(1일) 질병관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1심에서 승소한 백신 피해자에 대한 항소 취하와 피해 구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특별법 시행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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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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