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정부 셧다운 위기…왜 반복되고 무엇이 문제인가

김상윤 2025. 9. 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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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예산 놓고 민주·공화 대립 격화
타협 불발 시 10월 1일 셧다운 들어가
경제 지표 발표 중단에 시장 불확실성 확대
반복되는 정치 교착에 신용등급도 강등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정부가 10월 1일 자정부터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위기에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건강보험 예산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반복되는 셧다운 정국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 D.C. 국회 의사당 앞마당에서 한 노동자가 잔디를 깎고 있다. (사진=AFP)
이번엔 왜 셧다운 위기에 빠졌나

셧다운 위기의 핵심 쟁점은 건강보험 예산이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ACA) 세액공제를 영구 연장하고, 트럼프 행정부 세제개편 법안에 포함된 메디케이드 삭감 조항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근로 요건과 주정부 보조금 회계 규제 강화 등이 대상이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공화당은 단기 지출 법안을 통해 11월 말까지 정부 운영을 이어가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원 절차상 민주당 최소 8명의 찬성이 필요해 합의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일부 공화당 강경파가 자체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향해 “정부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일부 농촌 의료 지원 등에서는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은 지난 10년 넘게 건강보험을 약화시켜왔다”며 단기 합의에는 응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셧다운, 왜 반복되나..구조적 원인은

미국 정부는 매년 12개의 세출 법안을 통과시켜야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적 대립이 격화될 때마다 의회는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단기 지출안(CR)으로 시간을 벌어왔다. CR이 무산되면 곧바로 ‘자금 공백(funding gap)’이 발생하고, 정부 부처는 비상 운영계획에 따라 부분 폐쇄에 들어간다.

1981년 이후 크고 작은 셧다운은 모두 14차례 발생했다. 가장 길었던 사례는 2018~2019년 35일간 이어진 셧다운으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 확보를 고집했다.

셧다운시 어떤일 벌어지나

셧다운이 현실화하면 연방정부 공무원 수십만 명이 무급휴가에 들어가고, 군사작전, 연방범죄수사, 항공관제, 재향군인 의료 등 필수 인력은 임금 없이 근무를 이어가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직원의 41%를 휴직 조치할 계획이며,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도 각각 64%, 75%에 달하는 인력이 업무에서 배제된다. 이에 따라 감염병 대응과 임상 연구가 중단될 수 있다.

항공 분야도 영향을 받는다. 연방항공청(FAA)은 신규 관제사 훈련과 채용을 중단하고, 교통안전국(TSA)의 공항 보안 업무도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항공 지연과 취소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세금 환급, 전화 상담, 서류 처리 등 국세청(IRS)의 핵심 업무도 중단된다. 국립공원·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 등 의무지출 프로그램은 계속되지만, 신규 신청이나 행정 서비스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식품보조(SNAP) 프로그램은 예비 자금으로 약 한 달간은 버틸 수 있으나 장기화할 경우 중단될 위험이 있다.

경제 지표 공백...연준 금리결정 불확실성 키워

노동부와 상무부의 고용·물가·GDP 등 주요 통계 발표가 지연돼 금융시장과 정책 결정에 불확실성을 키운다.

미 노동부는 연방정부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물가, 고용지표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월 3일 예정된 비농업고용보고서를 비롯해 15일 발표 예정이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매주 목요일 발표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이 제때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월 말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참고할 마지막 물가·고용 관련 지표들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3년과 2018년 말 장기 셧다운 때도 결국 주식·채권시장은 빠르게 회복했다. 하지만 현재는 AI 투자 열기와 대형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 그리고 주택시장 둔화 같은 다른 변수들도 동시에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셧다운 우려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를 넘어, ‘데이터 단절이 불러올 시장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정치적 교착상태 주요 리스크”

미국의 반복되는 셧다운 위기는 국가 신용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미국의 ‘정치적 교착 상태’를 주요 리스크로 지적해왔다.

무디스는 지난 5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하며 “재정 적자 확대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미국은 주요 3대 평가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최고 등급을 잃었다. 앞서 S&P는 2011년, 피치는 2023년 각각 미국 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셧다운 자체가 등급 강등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예산 협상 파행과 정치적 갈등은 재정 건전성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평가사들이 강조하는 ‘거버넌스 리스크(정책 결정의 예측 가능성 약화)’가 커질수록, 미국의 차입 비용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도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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