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어 신라까지 방 뺀다…'승자의 저주' 공항 면세점의 종말

2025. 9.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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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높은 임대료 내면서 입점할 이유 사라져
내국인은 온라인, 외국인 관광객은 시내면세점 사용

인천공항은 면세점의 핵심 무대였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글로벌 브랜드’라는 상징성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유통 채널과 달리 유동인구가 자동으로 확보돼 매출 안정성까지 보장받았다. 사업권만 따내면 단숨에 매출 상위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이유로 인천공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가 그랬다. 

지금의 인천공항은 계륵이 됐다. 과도한 임대료와 소비 패턴의 변화로 수익성 측면에서 이점이 사라졌지만 K콘텐츠 흥행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어 포기도 어렵다. 리스크가 커진 공항 면세점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신라는 왜 공항을 나오게 됐나

9월 18일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의 영업 중단을 공시했다.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한다는 내용이다. DF1은 ‘향수·담배·주류’를 판매하는 구역으로 면세점 가운데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었다.  

영업 중단은 이례적인 선택이다. 신라는 2008년 인천공항 입성 이후 한 번도 사업권을 자발적으로 반납한 적이 없다. 

앞서 신라는 2023년 관세청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심사에서 신세계를 제치고 DF1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신라가 받은 점수는 938.1점이었다. 계약은 10년으로 2035년까지 DF1 구역에서 사업을 하는 권리를 얻었다.  

그러나 결국 신라는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빠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신라는 영업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과도한 적자가 예상돼 지속운영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적다고 판단했다”며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 회사 전체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철수까지 통상 6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중단 예정일은 2026년 3월이다. 

주된 이유는 ‘높은 임대료’다. 입찰 당시 신라가 제시한 여객 1인당 수수료는 약 1만원이다. 여기에 매달 인천공항 이용객 수(약 300만 명)를 고려하면 매월 내야 하는 금액은 3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재 신라는 임대료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면세점 사업의 매출은 1조677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는 16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매출 3조2819억원, 영업적자 697억원을 냈다. 

결국 신라는 올해 4월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을 했다. 공사는 “임대료는 업체가 공개경쟁입찰에서 직접 제시한 금액이며 현 계약은 국가계약법 절차에 따라 체결됐다”며 인하 요구를 거부했다. 

임대료 조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면세 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인기 없어진 공항 면세점…안 들어가도 그만

2023년 입찰에서 DF2 구역 사업자로 선정된 신세계도 같은 상황이다. 신세계 역시 올해 5월 법원에 제2여객터미널 화장품·향수·담배·주류 매장 임대료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공사 측은 입찰 질서가 무너진다는 이유로 임대료 인하를 반대하고 있다. 

과도한 임대료는 꾸준히 제기돼온 논란이다. 업계에서는 ‘영업요율’ 방식을 주장해왔지만 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업요율은 임대료 산정 시 매출을 연동하는 계산법(매출×영업요율)으로 매출이 줄면 임대료도 감소하고 매출이 늘면 임대료도 늘어나게 된다. 

영업요율 방식은 공사의 매출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차선책으로 2023년 입찰에서 ‘여객당 임대료’ 방식이 도입됐다. 월 여객 수를 곱해 임대료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실적과 관계없이 약정한 여객 1인당 임대료를 공사에 납부해야 한다. 기준은 공항공사가 발표하는 ‘인천국제공항 항공 통계’ 기준으로 국제선 출발 여객(환승 여객 포함) 수다.

사업자 선정 이후 1년 6개월간의 영업을 해왔지만 여객수 증가에도 공항 면세점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자 이들 사업자는 올해 초부터 임대료 인하를 주장해왔다. 

업계에서는 관광객 소비 패턴이 달라진 점, 고환율로 인해 면세의 이점이 줄어든 점 등을 언급하며 공항 면세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소비 패턴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내국인은 온라인 면세점을 주로 활용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은 시내면세점을 찾는다. 실제 사업자 매출 가운데 공항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시내면세점에서 발생한다. 편의성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서울 명동 시내면세점은 다른 곳보다 유치한 브랜드도 많아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특히 중국인 단체여행객들의 여행코스에는 시내면세점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시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공항 면세점의 몰락은 2년 전 롯데면세점이 빠질 때 예견됐다. 롯데는 인천공항이 개항한 2001년 면세점 1기부터 최근까지 22년간 사업을 해왔지만 2023년 입찰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최종 탈락했다. 

당시 롯데는 DF1, DF2, DF5 등 3곳의 입찰에 참여했지만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보다 낮은 금액을 써냈다. 입찰에서 나온 최고액은 DF1에서 8987원, DF2는 9163원인데 롯데는 각각 6738원, 7224원을 써냈다. 최고액보다 최저액에 가까운 금액이다. 당시 롯데의 선택을 두고 ‘공항 면세점이 가지는 상징성이 큰 만큼 잘못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롯데는 올해부터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도 중단했다. 따이궁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40~50%에 육박하게 되자 매출이 줄어들어도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 매출은 1조3054억원, 영업이익은 218억원을 기록했다. 면세 사업자 3곳 가운데 영업 흑자를 기록한 것은 롯데가 유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공항의 이점이 사라졌다”며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자주 경험하지 못하니까 한번 나갈 때 면세 혜택을 누리자는 심리가 컸다면 요즘은 일상에서 자주 해외를 가게 되면서 면세점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공항 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탓에 할인율도 높일 수 없어 고객이 체감하는 가격 혜택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공항 면세점 입찰이 흥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업계에 따르면 공사 측은 이르면 10월 내로 재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두가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공항 면세점 입찰이 2010년대처럼 흥행할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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