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4만3000가구 공급’ 공언했던 공공재개발, 첫 삽도 못떴다

김휘원 기자 2025. 9. 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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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서울 종로구 숭인동 1169구역에 붙은 공공재개발 반대 현수막/김휘원 기자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숭인1169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 주변은 ‘공공 개발 반대’ ‘LH 국민감사 청구’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 지역은 지난 2021년 정부가 ‘낡은 다세대 주택과 상가들을 공공 주도로 재개발해 41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했던 곳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재개발 방식을 둘러싼 주민들 이견이 큰 탓이다. 재개발을 찬성하는 쪽은 “공공기관 힘을 빌려 빠르게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들어와 임대주택만 많이 지으면 남는 게 없다”거나 재개발 자체를 거부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주민 반대가 높자 작년 9월 종로구청이 서울시에 사업 취소를 요청했지만, LH가 반대해 결정이 보류된 상태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72)은 “서울 한복판 역세권 땅에서 왜 임대주택 늘려가며 공공 개발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노후 도심을 대상으로 한 공공 재개발 사업이 2020년 6월 도입 이후 5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사업 취지는 장기간 정체된 민간 재개발 사업에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줘서 주택 공급을 촉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 기여 요구가 과도하다’는 반발 때문에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현장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공공성만 강조해서는 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공염불 된 ‘5년 내 착공’

국토교통부는 2021년 1월 공공 재개발 1차 사업지 24곳, 이듬해 3차 사업지 10곳을 발표하면서 “5년 안에 착공해 총 34곳에서 4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호황기 서울의 1년 치 입주 물량에 맞먹는 규모였다. 입지도 대부분 도심 역세권이어서 당시 전문가들도 “제대로 공급만 된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사업지 34곳 중 재개발 착수를 뜻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은 동대문구 신설1구역뿐이다.

정부는 사업 촉진을 위해 1차 사업 신청에서 주민 동의율을 10%(2차는 30%)로 낮게 설정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명목상으론 주민 동의율을 충족한 지역도 추진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불거지며 파행을 겪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동작구 흑석2구역은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지만 반대 주민들이 지난달 인허가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성동구 금호23구역, 동작구 본동 등도 찬반 여론이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 주민 반대가 30%를 넘을 땐 공공 재개발 구역 해제 요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수 구역의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

◇“공공 기여 과도해 사업성 저해”

공공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사업성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민간 재개발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층별 건축 면적 합계의 비율)을 법적 상한의 1.2배로 높이고 분양가 상한 제도도 면제해 준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늘어난 용적률의 최대 50%는 임대주택용으로 내줘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순수 민간 사업만큼 분양가를 높게 받기도 어려워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공공 재개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3배까지 높여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임대주택 등 공공 기여 비율은 그대로여서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땅주인은 이익을 극대화하고 싶어 하고 LH나 SH는 최대한 분양가를 낮추고 공공 임대를 많이 넣어야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이런 이해 상충을 해결하지 못하면 공공 주도의 도심 주택 공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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