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양말 그냥 버리시나요?···‘애착 양말’ 수선 배우러 모인 시민들

강한들 기자 2025. 9. 3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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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한 공유주방에서 아름다운가게와 다시입다연구소가 연 ‘아름다운 수선혁명랩’에 참가한 고금정씨(36, 왼쪽)와 진선미씨(32)가 양말에 난 구멍을 수선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의 한 공유주방 책상에 시민 7명이 둘러앉았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한 시민들은 수줍은 표정으로 가방에서 ‘구멍 난’ 양말을 꺼냈다. 모두 집에서 챙겨온 것들이었다.

다시입다연구소와 아름다운가게는 지난 2일부터 28일까지 ‘아름다운 수선혁명랩(수선랩)’을 운영했다. 수선랩은 기후위기 시대에 “나와 지구의 건강을 위해 다시 입는 의생활”을 퍼뜨리고 수선 문화를 알리려고 만든 ‘공유 수선 공간’이다. 요일별 주제를 달리해 화요일에는 단추 수선법, 수요일에는 밑단 수선법, 목요일에는 양말 수선법을 알려줬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480여명 정도가 수선랩을 찾았다.

홍나연씨(28)는 지난 25일 애인과 함께 수선법을 배웠다. 홍씨는 “옷을 사고 이내 버리는 ‘패스트패션’이 만드는 환경 오염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며 “양말을 버리고 다시 사는 것조차 환경에 민폐가 되는 것 같아서 최대한 수선해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한 공유주방에서 아름다운가게와 다시입다연구소가 연 ‘아름다운 수선혁명랩’에 참가한 홍나연씨(28)가 양말에 난 구멍을 수선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양말 수선은 구멍으로부터 1㎝ 정도 여유를 두고 펜으로 사각형을 그리면서 시작했다. ‘직조방식’ 바느질로 양말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다. 각자 마음에 드는 색깔로 실을 골라 바늘에 뀄다. 어떤 참가자는 양말에 있는 문양과 ‘색깔 맞춤’을 하기 위해 초록색을 골랐고, 또 다른 참가자는 양말과 비슷한 갈색 실을 잡았다. 심재형 다시입다연구소 활동가는 “털실과 자투리 천은 버려질 뻔한 것들을 기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늘을 손에 쥔 참가자들은 양말을 손에 끼고 먼저 씨실을 만들었다. 이후 바늘을 따라 날실을 씨실 사이로 왔다 갔다 해서 구멍을 메워갔다. 이날 강사로 나선 진선미씨(32)는 “원단을 각자의 개성대로 만들어서 덧대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참가자가 순탄하게 수선을 하지는 못했다. 고금정씨(36)는 양말 안쪽으로 실을 빼내 마무리를 하려다 ‘위기’를 맞았다. 직조에 쓴 실이 서로 엉켜 있었다. 고씨가 “망했다”고 계속 읊조리자 진씨가 “괜찮다”고 다독였다. 고씨는 진씨의 도움으로 수습에 성공한 뒤 “중학교에 다닐 때 여학생 중 나만 혼자 바느질 성적에서 ‘D’를 받았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참가자들은 모두 ‘낙오’ 없이 양말 한 켤레를 수선하는 데 성공했다. 고씨는 “삐뚤빼뚤하지만 내가 직접 수선해서 의미가 있고 더 귀엽다”며 “내 돈을 주고 처음 사서 4~5년 신은 양말이라서 의미가 깊다. 수명을 연장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한 공유주방에서 아름다운가게와 다시입다연구소가 연 ‘아름다운 수선혁명랩’에 참가한 박경연씨(60)가 청바지를 직접 치마로 수선했다며 기자에게 자랑을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수선랩에서는 재봉틀을 이용하는 법도 가르쳤다. 박경연씨(60)는 3일 연속 수선랩을 찾아 재봉틀을 배웠다. 아직 초보지만 청바지 옆 단을 뜯고, 천을 덧대서 치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씨는 “친구들과 있는 단체 대화방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옷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며 “친구들도 ‘버릴 옷이 없다’ ‘바지가 날개를 달았다’며 칭찬해줬다”고 말했다. 정유진씨(27)는 지난 26일~28일 진행된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에 가서 쓸 ‘천 왕관’을 만들었다. 정씨는 “업체에 맡겨서 깃발을 만들어 오는 사람은 많지만, 원단을 재사용해서 왕관을 만들어 오는 사람은 적어서 튈 것 같다”며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어도, 수선에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와서 관심사를 넓혀갈 수 있어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수선랩은 ‘재고폐기금지법’을 공론화하기 위해서도 힘을 모으고 있다. 다시입다연구소가 낸 ‘의류 재고 폐기 문제 개선을 위한 해외 법제도 연구’를 보면 2000년 전세계 섬유 생산량은 5800만t이었는데 2022년에는 1억1600만t으로 2배가 됐다. 2019년 유엔 지속 가능 의류 연합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가 의류 산업 때문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심재형 활동가는 “개인이 옷을 수선해서 오래 입어도, 의류 기업이 재고를 모두 폐기해서 소각해버리면 의미가 퇴색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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