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커피는 사무실에서, 나가지 마세요”···‘초코파이 사건’ 냉장고가 증언하는 ‘관행’
노조 “여러 사람이 관행적으로 이용한 흔적”

초코파이 하나와 커스터드 하나. 합해서 1050원에 불과한 과자 두 봉지가 한 경비노동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는 현대엔지니어링 하청업체 소속 무기계약직 직원이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출고센터에서 일하는 경비노동자 A씨(41)는 물류업체 사무실 냉장고에서 과자를 꺼내 먹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죄명은 절도죄였다. 그는 1심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의 동료들은 그러나 “관행적으로 먹었던 것”이라고 했다. 냉장고는 사무실의 공개된 장소에 비치돼 있었고,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냉장고에 있는 과자들을 꺼내 먹어왔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29일 단독으로 입수한 해당 사무실 내부 사진을 보면 냉장고는 사무실 출입문으로 들어와 소파 대기공간을 지나면 보이는 벽면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정수기와 커피추출기, 두유가 놓인 부식 테이블이 있다. 맞은편에는 직원용 책상이 길게 배치돼 있다. 냉장고 측면에는 ‘커피는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바로 옆 서랍장에는 ‘직원 외 열지 마세요’라는 안내문도 부착돼 있었다.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는 “특정 직원만 쓰는 공간이라면 이런 문구를 붙일 필요가 없다”며 “여러 사람이 관행적으로 이용해온 흔적”이라고 했다.
A씨 역시 “10년 넘게 탁송 기사와 보안업체 직원들이 냉장고 간식을 함께 먹었고, 기사들로부터 직접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A씨의 동료 수십여 명도 법원에 ‘나도 먹었다’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A씨와 그의 동료들은 이 사건이 재판까지 넘어갔어야 할 일이었는지에 의문을 둔다.
A씨는 물류업체 직원 B씨의 신고로 절도죄로 입건됐을 당시 사과와 함께 변상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업체대표 C씨와 직원 B씨가 합의를 거부했다는 게 A씨측의 말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절도혐의를 엄격하게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경비업법상 해고 사유가 된다.
항소심을 맡은 김도형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첫 공판에서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런 일로 형사처벌이 필요한가. 각박한 세상”이라고 했다. 전주지검은 사회적 파장을 의식해 검찰시민위원회 개최 여부까지 검토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건을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본보기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A씨가 속한 노조는 다단계 하청 구조 개선과 성과급 차별 시정을 요구해 왔다. 노조는 CCTV에 다른 인물도 있었는데, 유독 그만 신고당한 점, 합의를 거부 정황 등을 들어 “원청과 사전 조율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활동과는 전혀 무관한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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