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재앙이었나…옛 전화국 건물 개조한 '국가' 데이터센터의 한계

박준석 2025. 9.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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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관리원 대전 본원,
2005년 KT 옛 전화국 개조
서버 60cm 옆 리튬 배터리
"공간 문제가 사고 키웠다"
29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 등의 화재 정밀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은 오래된 전화국 건물을 개조했다. 재앙은 예고돼 있었다
최운호 서강대 교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출신 최운호 서강대 교수는 29일 국정자원 화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가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는 정부 전용 데이터센터(IDC)인 국정자원(옛 정부통합전산센터)이 설립된 시점은 2005년이다. 당시 KT가 전화국, 연구소로 쓰던 건물에 들어섰다. 이 때문에 국정자원이 서버와 배터리 등 화재 위험 설비의 분리, 서버 열을 식히는 공조 시스템, 재난 대비 시스템 같은 IDC 필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게 최 교수 지적이다.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노후화, 작업자 과실 등이 거론되지만 근본적으로 공간 구조의 취약성이 사고를 키웠다는 얘기다.


다닥다닥 붙은 서버와 배터리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실제 국정자원의 내부 구조는 여러모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전산실에는 96개 정부기관 전산시스템을 담당하는 서버들이 1.2m 간격으로 도서관 책장처럼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최 교수는 "서버 간격을 규정한 국제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맞춘 셈"이라며 "보통 서버 간 2m 정도 여유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서버와 폭발 위험성이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와의 거리는 60cm였다. 이렇게 비좁은 구조 탓에 소방 당국은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다. 김기선 대전유성소방서장은 "전산실이 외벽과 내벽이 갖춰진 구조인 데다 배터리와 서버 사이 간격이 좁아 소방 작업을 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IDC는 배터리와 다른 전기 설비를 떨어뜨려 놓는다. 2022년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고시를 개정해 이를 의무화했다. 배터리에서 불이 나더라도 서버 등 다른 시설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국정자원 광주·대구 분원 또한 전력 장치, 배터리, 서버 등이 별도 공간으로 분리돼 있다. 하지만 국가 전산망의 '심장'인 대전 본원은 이들 장치를 한곳에 모아두다 2024년 들어서야 배터리를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결국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오랫동안 위험을 방치했다는 의미"라며 "이번 화재 같은 사고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고 했다.

화재 직후 전산실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주는 항온항습기가 고장 난 점도 인프라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국정자원은 불이 나지 않은 다른 서버까지 피해가 번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서버를 꺼버렸고 이 때문에 647개 정부 시스템이 멈춰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특정 공간 화재로 센터 전체의 항온·항습 기능이 마비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데이터센터가 거의 없던 2005년 세워진 건물이다 보니 공조 시스템도 미흡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서버 하중을 견디는 바닥 구조는 물론 전력 시스템, 공조 시스템, 화재와 같은 재난에 대비한 소방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국정자원 대전 건물은 전화국을 개조한 터라 이런 근본적 요건들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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