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AX의 핵심, AI 에이전트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2025. 9. 3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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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배 IITP 원장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가 이렇게 숨차도록 달렸는데도 왜 제자리에 있는 거죠?"라고 앨리스가 묻자 붉은 여왕은 단호히 답한다. "있는 힘껏 달렸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거야. 다른 곳으로 가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라야 하지." 오늘날 글로벌 AI(인공지능) 기술 경쟁도 이와 흡사하다. 멈추지 않고 달려야만 겨우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AI 경쟁의 성패는 파운데이션 모델과 각 산업 분야별 문제를 해결할 응용 AI의 결합으로 좌우된다. 초거대 모델은 범용적 사고와 학습 능력을 제공하지만, 실제 가치를 창출하려면 특정 산업이나 사회 영역에 최적화된 버티컬 AI가 중요하다. 'AI를 도메인에 적용하는 것(AI+X)'과 '도메인과 AI를 융합해 혁신을 주도하는 것(X+AI)' 모두 필요하다. 산업 전반의 생산성 혁신을 촉발할 AX의 핵심 기술이 바로 'AI 에이전트'이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 질문에 답하거나 규칙에 따른 작동을 넘어 목적 달성과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적합한 AI 도구를 탐색·선택하고 실행한다. 더 나아가 여러 AI 에이전트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토론·비판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하는 멀티 AI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다. 실제 올해 7월에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AI-DxO'는 5개의 에이전트들을 사용해 전문의보다 4배 높은 진단 적중률을 보였다. 스탠퍼드대학교 '버추얼 랩'도 AI 연구책임자와 3개의 서브 에이전트들을 활용해 코로나 치료 후보물질 92개를 수일 내 발굴해 신약 개발 속도를 혁신적으로 단축시켰다.

자율 행동·학습하는 AI 에이전트는 생성형 AI와 미래 AGI(범용인공지능)의 중간 단계이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넘어 에이전트가 서로 연결된 웹(Agentic Web)에서 상호작용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지식과 도구를 새롭게 조합해 창의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AI 에이전트의 기술 진화가 중요한 이유는 'AI 생산성 패러독스'를 돌파할 해법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MIT의 연구에 따르면 AI 도구에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 중 단 5%만 실질적 가치를 창출했고, 나머지는 손익에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산업·조직·기능에 최적화된 AI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가시적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증대를 이끌 수 있다.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일제히 AI 에이전트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AI 에이전트의 성공은 첫째, 복잡한 문제를 세분화하고 다중 단계 계획을 수립·실행·수정하며 자기 피드백을 통해 성능을 지속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더 신뢰성 있는 결과를 생성하기 위해 환경과 목적에 맞는 도구를 선택·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장시간의 복잡한 작업 수행을 위한 기억력이 있어야 한다. 넷째, 여러 AI 에이전트가 상호 보완적으로 협업하며 집단지성 기반으로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다섯째, 자율적 행동이 의도와 사회·윤리적 기준에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 가능해야 하며,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

앞으로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력 대결을 넘어 데이터 주권, 인재 확보, 표준화 전략, 산업 생태계 조성까지 포괄하는 총체적 역량 경쟁으로 확산될 것이다.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능력과 함께 이를 다양한 산업·도메인에 적용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혁신의 속도가 가속화된 AI 경쟁에서는 멈추는 순간 곧바로 뒤처진다. '붉은 여왕 패러독스'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빨리 달리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앨리스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길을 찾아 여왕이 되었듯 우리 역시 'AI G3 도약'이라는 목표를 향해 지혜와 역량을 총집결하고 과감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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