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화업계 “배출권-전기료 이중고… 더는 못 버텨”
탄소 배출총량 1억t 축소 검토
배출권 가격 3배 이상 뛸 전망… 발전사도 부담, 전기료 인상 압박
철강업계 “年 9000억 추가 비용”… 화학업계 “적자에 부담만 늘어”


당장 기업들이 모자란 배출권을 사들이기 위해 나서면, 이런 구매 수요 증가로 배출권 가격도 현재 t당 평균 9000원에서 3배 이상 뛸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2030년에는 4만 원 내지는 6만1000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기업들로서는 생산비용이 불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발전사들은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상당 부분 받아 왔는데, 앞으로 정부는 발전부문 유상할당도 1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사도 탄소배출권을 돈으로 사서 전기를 만들라는 것. 이 또한 발전 원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신동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의뢰한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 효과’ 보고서를 통해 “유상할당 비중 50% 확대와 배출권 가격 3만 원 가정 시 전기요금이 kWh당 9.41원 오른다”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전자통신 5492억 원, 화학 4160억 원, 철강(1차금속) 3094억 원의 추가 비용(연간) 증가가 예상된다.

철강업계만 해도 추가 배출권 구매 비용이 연간 최소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료 인상 부담까지 합하면 연간 9000억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나고 있는데 원가 상승을 부추기는 탄소배출권 제도로 ‘이중고’를 겪게 생겼다”라며 “정부는 친환경을 강조하면서도 ‘전기로’ 전환을 추진하는 철강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고로를 전기로로 바꿔야 하는데, 정작 전기료가 오르면 전환 유인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화학업계의 한숨도 짙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화학기업들 대부분이 1년 이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최근 3년 동안 70% 가까이 오르며 적자폭이 더 커지고 있다”며 “석유화학 공장은 전기로 돌리는 공장인데 어렵사리 이익을 내도 전기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연구위원은 “산업계가 적응할 수 있는 속도 조정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라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산업 경쟁력 유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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