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겪고도 2년간 예산만 따져… ‘시스템 이중화’ 골든타임 놓쳤다

최연진 기자 2025. 9. 3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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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스템 복구에 4주 걸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출입구에 붙은 ‘모바일 출입증 이용 불가’ 안내문./뉴스1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셧다운된 온라인 행정 시스템(서비스) 647개 가운데 81개(12.5%)를 복구했다고 정부가 29일 밝혔다. 복구된 시스템은 ‘정부24’, 우체국 금융·우편, 주민등록 시스템 등이다.

행안부는 이번 화재로 완전히 불탄 96개 시스템의 목록도 공개했다. 통합보훈시스템, 국민신문고, 국민재난안전포털 등이 포함됐다. 행안부는 “이 시스템은 대구 분원으로 옮겨 복구할 계획”이라며 “복구에 4주쯤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일각에선 근로자가 배터리 전원을 끄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 불이 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행안부는 “전원을 끄고 작업하던 중 배터리 한 개에서 불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작업자가 전원을 껐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중 운영 체계’ 구축에 안일했던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중 운영 체계는 화재, 해킹 등으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쌍둥이’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자원관리원은 대전 본원 외에 광주·대구에 분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중 운영 체계는 갖추지 않고 있다. 분원은 본원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백업 기능만 한다.

정부가 ‘디지털 정부’를 표방하며 ‘정부24’ 서비스를 개통한 건 2017년이다. 그러나 이중 운영 체계에 대한 투자는 없었다. 2022년 ‘카카오톡 먹통 사태’, 2023년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를 잇따라 겪은 뒤 행안부는 “(중단 시 피해가 큰) 1·2등급 시스템은 모든 장비에 대한 이중화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확보한 이중 운영 체계 사업 예산은 약 24억원뿐이었다. 올해 정보자원관리원 예산(5559억원)의 0.4%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중 운영 체계 구축 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보자원관리원은 대신 1096억원을 노후 장비 교체 사업에 쏟아부었다. 작년보다 30% 늘린 액수다. 행안부 관계자는 “2023년 사고 원인이 낡은 네트워크 장비로 밝혀져 장비 교체 예산을 많이 넣은 것”이라며 “이중화 사업은 장기 과제로 밀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작년 4월 정부 부처 등에 이중 운영 체계 투자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관세청 등이 관련 예산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행안부가 오히려 이를 막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부처에선 “행안부의 입장을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행착오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2025년 말까지 시범 사업을 해본 뒤 2026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행안부 계획대로면 2026년 이후에야 이중화 시스템 구축을 시작하게 된다”며 “2022~2023년 먹통 사태를 겪은 뒤 대응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이중화는 안 돼 있지만 분원에 데이터를 백업하고 있어 복구하면 된다”고 밝혔지만, 본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백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 등에 따르면, 모바일 신분증 등 1·2등급 시스템은 하루에 한 번, 나머지 시스템은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 백업한다. 지난달 31일 마지막으로 백업한 데이터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데이터는 이번 화재로 아예 ‘증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정확한 상황은 불탄 시스템을 복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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