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등본 떼는 데 1시간”… 주민센터·은행 북새통

정성원 기자 2025. 9. 3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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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은 수기로 우편 송장 작성
부동산 증명서도 발급 안돼 혼란
29일 제주도청 민원실 여권 발급 창구에 ‘일부 서비스가 불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지난 26일 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의 공공 행정 서비스가 ‘셧다운’ 되면서 곳곳에서 여권 발급 등 일부 민원 업무가 제한되고 있다. 정부는 “전체 시스템 복구에 4주가량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뉴스1

“AI(인공지능) 시대라는데 등본 하나 떼려고 한 시간을 서서 기다리다니요.”

29일 오전 경기 화성시 기배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취업 준비생 박모(28)씨는 “대학 성적 증명서를 받으러 왔는데 사람들이 물밀듯이 와서 한참 기다렸다”며 “평소엔 손가락 몇 번 클릭으로 되는 걸 이 고생을 하려니 헛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이날 센터엔 무인 민원 발급기를 사용하려다 한숨을 쉬면서 창구 번호표를 뽑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공공 온라인 행정 서비스가 마비된 이후 처음 맞은 평일인 이날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은행 등에 시민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정부는 이날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온라인 발급 등 일부 기능이 복구됐다고 했다. 그러나 상당수 주민센터 무인 민원 발급기에는 오전 내내 ‘서비스 일시 중단’ 문구가 붙어 있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관악구의 한 은행 출입문과 벽에 ‘정부 시스템 장애 안내’ 공지가 붙었다. 아래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본인 확인 및 일부 서비스 제한’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전 9시 30분 은행이 열리자마자 창구 앞에 중장년층 고객 수십 명이 줄을 섰다.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대출 심사가 밀리면서 급하게 받아야 할 대출이 지연되고 있다”며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우체국은 이날 오전부터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노영택(68)씨는 “택배 추적이 어렵다고 안내받아 발만 동동 굴렀다”며 “명절 전 손자 돌잔치 액자를 보내야 하는데 제대로 배달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우체국은 수기로 송장을 작성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직원들은 “사전 접수가 안 돼 수기로 작성해야 하고, 우편 요금 할인 혜택도 받기 어렵다”고 안내했다.

부동산 거래 현장도 전산 장애에 휘청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 김모(48)씨는 “주말 내내 토지대장이나 납세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어, 계약서에 ‘잔금일 전에 해당 서류들을 임차인에게 보여준다’는 내용의 특약을 넣고 거래를 진행했다”고 했다.

강원 춘천 안식원은 온라인 예약 서비스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접속이 지난 주말부터 되지 않고 있다. 시스템 먹통으로 주말 예약자 현황을 파악하지 못해 직원들이 장례식장에 일일이 전화를 돌려 예약자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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