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석 안 돼, 골프장 안 돼” 中, 부동산 재벌에 ‘사치 제한령’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5. 9. 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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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령 나흘 만에 철회됐지만
“부동산 산업 쇠퇴 상징” 관측
완다그룹 창업자 왕젠린(사진) 회장은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 중국 최고 부자를 다투며 지존심 싸움을 벌여왔다.

한때 중국 최고 부호였던 부동산 재벌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에게 법원이 내린 ‘사치 제한 명령’으로 주말 사이 중국 여론이 들썩였다. 이 처분을 받으면 항공기 비즈니스석·열차 고급 침대칸 탑승, 고급 호텔 및 골프장 이용, 고가 부동산 구매, 자녀의 사립학교 입학, 여행 등이 전면 금지된다. 비록 조치는 나흘 만에 철회됐지만, 부자의 대명사였던 왕젠린이 체면을 구긴 이번 사건이 중국 부동산 산업의 쇠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간쑤성 란저우 중급인민법원은 1억8600만위안(약 365억원)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완다그룹과 계열사 3곳에 대해 법정대리인의 사치를 제한하는 명령을 내렸다. 적용 대상에는 왕젠린도 포함됐다. 중국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이 채무 변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이 관련자를 상대로 소비 제한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왕젠린에 대한 처분은 29일 법 집행 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 완다그룹 관계자는 경제 매체 디이차이징에 “(법원 처분은) 착오로 인한 해프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중국 최고 부동산 재벌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졌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중국 100대 부호 순위에서 왕젠린은 2013년 처음 1위에 올랐고, 2015년에는 자산 약 2600억위안(현재 환율로 약 51조1200억원)으로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 일가를 제치고 중화권 최고 부자에도 등극했다. 2016년 이후에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왕좌를 놓고 다퉜다.

하지만 미국과의 경쟁 속에서 중국이 첨단 기술 확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부동산 시장에선 힘을 빼면서 왕젠린의 몰락이 시작됐다. 2021년 당국은 대형 부동산 업체를 겨냥한 금융 규제를 대폭 확대하며 투기 억제 정책을 폈다. 지방 정부와 손잡고 각지에 대형 쇼핑몰을 구축해온 왕젠린은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가 20여 차례 해외 부동산·호텔을 사들인 이력은 ‘외화 유출’로 간주됐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여파 등으로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졌다. 국유 부동산 업체들은 은행에서 수혈을 받으며 생존했지만, 민간 업체인 비구이위안과 헝다는 견디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완다그룹도 2023년부터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왕젠린의 재산도 2015년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200억위안으로 쪼그라들었다. 베이징의 투자회사 관계자는 “한때 최고 부자 자리를 두고 다퉜던 마윈은 올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대를 받아 복권되고, 왕젠린은 망신을 당한 상황”이라며 “중국이 첨단 기술을 띄우고 부동산은 억제하는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사치 제한령

중국 법원이 채무 불이행자에게 생활·업무에 필수적인 소비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상환을 압박하는 제도. 2010년 ‘최고인민법원의 피집행자 고액 소비 제한 규정’에 근거한다. 대상자는 비행기 비즈니스석 이상과 열차 고급 침대칸을 이용할 수 없고, 여행도 다닐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담보 압류, 계좌 동결 등의 방식으로 채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과 대비되는 중국 특유의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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