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 센싱 시대 … 기업 본연의 가치 더 중요해져
제34차 KCSI 결과 발표
경기 침체 속 고객 경험 변화
디지털·가성비 소비 트렌드
최다 1위 변동, 경쟁 격화 입증
기술·감성 균형이 핵심 경쟁력

KCSI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1992년 한국 산업의 특성을 살려 개발한 한국형 고객만족도 측정 모델로, 국민총생산(GNP), 국내총생산(GDP) 등 생산성 지표와 달리 국가 산업과 경제의 질적 성장을 평가하는 지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조사 대상 산업이 전체 GDP의 약 74%를 차지할 만큼 국내 산업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 고객만족도 조사 제도다. KCSI는 해마다 한국의 산업 및 기업의 현 위치를 확인하고, 향후 관련 산업 및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조사 결과를 통해 기업은 시장에서 자사의 경쟁력을 파악하고, 고객의 불만을 일으키는 상품이나 서비스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고객지향적인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다. 자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자료로도 활용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이사 사장 한수희)이 30일 '2025년도 제34차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MAC에 따르면 올해 KCSI 조사는 소비재 19개와 내구재 29개, 일반서비스업 60개, 공공서비스업 10개 등 총 118개 산업군, 400개 기업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번 조사는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남녀 1만164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개별 면접 방식을 통해 실시했다. 2025년 KCSI 주요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됐다.
첫째, KCSI 전체 산업 지수가 2년 연속 하락했다는 점이다. 2025년 KCSI 국가지수(81.5점)는 전년 대비 0.4점 내려갔다. 이는 2년 연속 하락세다. 고금리·저성장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고객만족도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KMAC 측은 분석했다.
올해부터 도입된 분기별 조사 결과를 보면, 2분기 대비 3분기에서 요소만족도(-3.9점)와 전반적 만족도(-3.3점)가 각각 3점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구입(이용)의향도 1.7점 하락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각각 85.7점, 79.6점으로 제조업 만족 수준이 높았다. 소비재 제조업에서는 생활용품과 기타 소비재가, 내구재 제조업에서는 인공지능(AI) 기능의 본격 도입이 만족도 상승을 견인했다. 일반서비스업은 기술 발전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편의성을 확대한 간편결제 서비스, OTT서비스, 저비용 커피전문점 등이 높은 만족도들 보였다.

둘째, 장기 1위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고객 경험 혁신에 역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KCSI는 시행 34년째를 맞아 총 118개 산업별 1위 기업을 선정했다. 역대 최장수 연속 1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일반승용차·32회)를 필두로, 삼성물산 에버랜드 리조트가 31회 1위를 기록하며 매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고객 안전과 친환경 모빌리티를 선도하며 32회라는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AI 기능, 사용자 편의성, 디자인 혁신을 통해 다양한 품목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했다.
서비스업은 고객 접점에서의 경험 관리 역량이 장기 1위의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신속한 보상과 고객 친화적 서비스로 높은 신뢰를 구축했고, 교보문고는 디지털 시대에도 독서문화와 체험 공간을 확대해 29회 1위를 이어왔다.
셋째, 복수 산업에서 경쟁력을 인증한 기업이 늘었다. 올해 KCSI에서는 총 17개 기업이 2개 이상 산업에서 1위를 차지하며 범산업적 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는 PC, TV, 김치냉장고, 냉장고, 무선청소기, 세탁기, 에어컨, 의류건조기, 휴대폰(스마트폰), 간편결제서비스 등 무려 10개 산업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현대자동차는 일반승용차와 RV승용차, 경형승용차, 전기자동차, 프리미엄(럭셔리) 승용차 등 5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전통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일관된 고객 신뢰를 입증했다. 삼성물산은 종합레저시설, 워터파크, 아파트, 패션 온라인몰(자사몰)에서 1위를 차지해 오프라인 체험에서 주거·패션·디지털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포괄하는 영향력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코웨이, GS리테일, KT&G, LG전자, 교보문고, 롯데GRS, 롯데웰푸드, 삼성화재, 우정사업본부, 캐논코리아, 한샘, 현대홈쇼핑 등 다양한 기업이 복수 산업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KCSI에서는 총 27개 산업에서 1위 기업 변동이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13개(소비재 12개, 내구재 1개), 서비스업 14개다.

LG유플러스는 IPTV,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핵심 통신 서비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콘텐츠, 결제, 생활 편의 서비스 등 고객의 일상 전반으로 경험 영역을 넓혀온 결과로 보인다.
소비재에서는 LG생활건강(여성용기초화장품, 주방세제, 치약), KT&G(궐련형 전자담배, 담배), 롯데웰푸드(과자, 아이스크림) 등이 복수 산업에서 새롭게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맥주(롯데칠성음료), 밀키트(프레시지), 아웃도어의류(영원아웃도어) 등이 부문별 변화를 이끌었다.
서비스업에서도 총 14개 산업에서 1위 자리가 변경됐다. 교보문고(인터넷 서점), 쿠팡플레이(OTT 서비스)가 첫 1위에 올랐으며, 대형마트(이마트), 숙박앱(야놀자), 영화관(CJ CGV) 등 주요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서도 1위 기업이 교체됐다.
KCSI 산업별 주요 결과를 보면 소비재 제조업은 건강 트렌드 주도 속 만족도 양극화가 뚜렷했다.
소비재 제조업에서는 건강·웰빙 트렌드와 결합된 제로 칼로리, 저자극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홍삼가공식품과 궐련형 전자담배, 담배 등 비필수 기호품 산업은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KMAC 측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인식 변화와 다양한 대체재 확산이 만족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내구재 제조업의 고객만족도는 기술 혁신과 가격 민감도 사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AI 기능을 본격 도입한 휴대폰(스마트폰)과 냉장고가 상승을 견인했다. AI 기반 자동차·에너지 효율·맞춤형 설계 등의 가치를 반영한 RV승용차, 에어컨, TV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 내구재 산업의 약 51%는 전년 대비 만족도가 하락했다. 특히 가격에 대한 만족도 저하가 두드러졌다. 이는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일반서비스업에서는 디지털 기반 플랫폼과 합리적 가격을 앞세운 업종이 성장세를 보였다.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경험 제공에 적극적인 기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면,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이슈가 누적된 산업은 하락세를 보였다.
공공서비스 부문에서는 우편 서비스가 84.8점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이는 공공서비스업 평가가 시작된 이래 27년 연속으로 최고 만족도를 유지한 결과다. 철도 서비스가 83.7점으로 2위, 전력 서비스가 83.1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교육(60.0점)은 공공서비스 가운데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이며 개선이 시급한 영역으로 지적됐다.
송광호 KMAC 가치혁신그룹 그룹장은 "고금리·저성장 장기화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고객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면서 "올해부터 도입된 분기별 조사를 통해 실시간 고객만족 센싱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업들이 보다 민첩하게 고객 경험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송 그룹장은 이어 "최근 산업 내 여러 이슈들을 미뤄 볼 때 기업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다면 장기간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고객 데이터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객 여정별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위험요소를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선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KCSI가 34년간 축적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국내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고 글로벌 수준의 고객만족 진단 모델로 발전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성신 매경AX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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