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통화스와프' 매달릴 때 아니다 [아침을 열며]

2025. 9. 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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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8월 말 대비 지난 26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49% 올랐는데, 같은 기간 중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39% 상승에 그쳐 원화 가치만 유독 고전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과거 두 차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통화스와프는 원·달러 환율을 단기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 경제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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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갈등, 급등하는 달러 환율
통화스와프 효과, 단기에 그쳐
투자규모 하향, 분할 납부 필요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 9시 3분 현재 전장보다 36.11포인트(1.07%) 오른 3,422.16에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8월 말 대비 지난 26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49% 올랐는데, 같은 기간 중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39% 상승에 그쳐 원화 가치만 유독 고전하고 있다. 이는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 탓이 커 보인다. 지난 7월 말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관세 인하 조건으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미 투자가 선불로 지급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양국 간 관세 협상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는 8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4,163억 달러)의 84%에 달하는 규모다. 혹자는 외환보유액으로 감당 가능한 규모라 안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외환보유액을 이런 용도로는 애초부터 사용할 수 없다. 외환보유액은 국제수지 불균형 보전이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 사용하게 되어있고, 운용 및 관리 주체가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 한국은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런 규모의 대미 투자를 현금으로 조달하려면 달러 표시 빚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달러당 1,400원을 가정할 때 국가채무를 약 490조 원 늘린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9.1%에서 67.6%로 18.5%포인트나 상승시키는 규모다.

이런 국가채무의 급증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디스,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국가신용등급의 핵심 평가 지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도 과거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로 인해 국가신용등급 급락과 경제 위기를 경험했다.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우리나라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도 동반 하락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 자금조달 비용이 급등해서 경영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이에 더해 국내 자산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 주가와 채권 가격 폭락과 시장금리 상승, 원·달러 환율 급등을 유발한다. 즉, 경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무제한 통화스와프는 비상시에 한국은행이 우리 원화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맡기고, 약속된 환율로 달러화를 한도 없이 빌릴 수 있도록 맺는 계약이다. 하지만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라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 연준의 권한이다. 더욱이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금 지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위기가 미국 경제에 전염될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연준이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줄 유인도 없다. 더 큰 문제는 과거 두 차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통화스와프는 원·달러 환율을 단기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 경제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상전략을 바꿔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금액을 낮추고, 투자금을 다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양국 간 협상 카드를 맞춰야 할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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