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도시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신혼집을 구한 뒤 아내와 작은 논쟁이 있었다. 이사를 가면 보통 이웃집에 간단한 선물을 들고 인사를 하는데 나는 직접 초인종을 눌러 얼굴을 보며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요즘 낯선 사람이 벨을 누르면 경계하기 때문에 차라리 쪽지를 붙여두고 문고리에 걸어두자고 했다. 나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도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도 인사를 잘 하지 않게 됐다. 몇 번 시도해봤지만 상대가 어색하게 눈을 피하거나 심지어 인사받는 줄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낯설고 효율적 삶 속에서 인사는 점점 사라지고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불편한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인사를 포기한 건 작은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작은 무관심이 쌓이면 사람은 점점 더 고립된다. 이웃의 얼굴을 잊어버리고, 안부를 묻지 않게 된 삶은 결국 사회 전체의 풍경이 된다. 고독사는 그런 풍경 속에서 벌어진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사람 많은 경기도는 고독사 사망자도 가장 높게 나타난다. 사람들이 밀집해 살아가는 아파트, 원룸, 오피스텔 등에서 절반 가까운 고독사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군중 속에서 고독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얼마 전 전기 검침을 맡은 한전MCS 전력 매니저와 함께 현장을 동행한 적이 있다. 원격 검침이 보편화된 세상에서도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사람이 직접 계량기를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다. 초인종이 울리면 사람들은 낯선 방문에도 반가운 얼굴로 문을 열었다. 부재중이라 전화를 남길 땐 아쉬움이 묻어났고, 다음엔 꼭 있을 때 찾아달라고 당부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외로운 존재들이다. 효율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라도 결국 사람을 지탱하는 건 사람이다. 작은 인사와 관심, 전화 한 통이 고립된 삶을 잇는다. 도시에서 문을 두드리는 마지막 사람마저 사라진 세상은 얼마나 추울까.
/김지원 경제부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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