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지 공장까지 세웠는데…인도네시아는 값싼 중국 전기차 ‘홀릭’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5. 9. 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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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공습 속수무책
연 40만대 격전지 인도네시아
중국 BYD 저가·물량 공세로
1년새 판매량 10배 폭풍성장
현대차 동남아 전략 경고음
“생산거점 확대 딜러망 강화를”
[AP = 연합뉴스]
박리다매 전략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의 물량 공세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판명되며 현대차의 가장 큰 현실적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강력한 자국 브랜드가 거의 없고, 무관세 경쟁 구도가 특징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을 놓고 한·중·일 3국의 완성차 전쟁이 가장 큰 변수를 맞이한 셈이다.

일본 차의 공고한 시장 장악력 때문에 ‘험지’로 불린 아세안 지역을 공략하는 데 수년간 공들여온 현대차 입장에선 시장을 이끄는 일본과 경쟁하는 것보다 중국을 견제하는 게 급선무가 될 전망이다.

아세안 주요 6개국에서의 완성차 시장 지형도 균열은 전기차에서 비롯됐다. 29일 동남아 주요국 정보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남아 완성차 판매 1위 업체인 도요타의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 줄었다. 3위 혼다 역시 18%가량 감소하며 일본차 브랜드의 역성장을 주도했다.

전체 판매량 13위인 현대차의 판매량은 8%가량 줄었다. 반면 전체 판매량 7위에 오른 베트남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는 1년 새 102%나 성장하며 지난해 11위에서 4계단 뛰어올랐다. 중국 전기차 기업 BYD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44% 성장하며 판매량 9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세부 시장별로 살펴봐도 중국 기업의 선전은 뚜렷하다. 연간 30만~40만대 규모로 아세안 최대 완성차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이 1596대에 불과했던 BYD는 올해 상반기 1만4092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1만2042대로 BYD를 앞질렀던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1만1184대로 오히려 역성장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현대차가 2022년 아세안 지역 최초로 현지 생산공장을 건설하며 가장 공들인 곳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이곳에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준공하며 현지 전기차 생태계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체리차, BYD 등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현재 현대차의 말레이시아 점유율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중국 주요 기업들이 향후 아세안 지역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현지 생산량을 대거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BYD는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태국에 연간 3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며, 체리차는 말레이시아·태국에서 18만대, 우링은 인도네시아에서 12만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빈패스트도 베트남·인도네시아에 연간 20만대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추가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8월 10억바트(약 400억원)를 들여 태국에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립하는 계획을 태국투자청(BOI)에서 승인받았다.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5년간 6800억원 투자를 발표하는 등 아세안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화력전을 이겨내기엔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측은 “아세안 시장은 속도전이자 현지화 싸움”이라며 “현대차도 생산거점 확대와 딜러망 강화 같은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단기간 시장 확대에는 효과적이지만 중장기 전략으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기업들이 아세안 시장에 출시한 전기차 모델은 대부분 2만달러 이하 중저가 제품으로 당장은 일본·한국 브랜드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 압도적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 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가격 인하 경쟁이 지속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후발 기업의 연쇄 도산이나 공급망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중국 내수 시장에서 재무 상황이 악화하거나 파산하는 전기차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의 동남아 투입을 본격 검토하며 동남아 시장 현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늘리고 지역 맞춤형 전략을 펼쳐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의 중국 전기차 약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현대차도 다양한 가격대 모델과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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