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의 이상한 침묵, 서민 잡는 고환율로 관세 상쇄?
수개월째 원·달러 환율 급등
한은 총재, 기재부장관 등
그런데도 구두개입조차 없어
고환율은 수출품 가격 하락
수입·통화량 늘면 서민엔 고통
물가서 배제된 부동산 가격 ↑
원화가치 하락, 관세 상승분 상쇄
일상 외환정책, 관세 등과 분리해야
지난 6월 이후 환율은 매월 급등했다. 환율은 9월 넷째주 수요일부터 6일 연속 달러당 1400원대를 넘겼다. 1400원은 경제위기의 대표적 신호다. 하지만 외환시장 안정을 책임져야 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에 경고하는 구두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이들은 왜 수개월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가 자세히 알아봤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9/thescoop1/20250929190648268cnew.jpg)
월평균 환율 1400원은 경제위기의 대표적인 신호다. 9월 29일 현재 월평균 기준으로 환율은 달러당 1393.63원을 기록하며 1400원대에 근접했다. 6월 평균 환율은 달러당 1365.15원으로 시작해 7월 1376.92원, 8월 1389.86원이었다. 29일에도 1400원 이상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영향을 받았던 지난 3월 달러당 1456.95원,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453.35원,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마비됐던 2022년 10월 월평균 환율은 1425.83원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지난 9월 25일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이 설명 차원에서 고환율을 언급했을 뿐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구두개입에 나서고, 진정되지 않으면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게 외환당국의 일상적인 책임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미국에 관세협정을 두고 통화 스와프를 요구하거나(2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발언), 구윤철 기재부 장관이 미 재무부와 환율조작국 관련 회의에 참석하거나(28일 구윤철 장관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투자금 3500억 달러를 꼬집으면서 '외환위기'를 언급하는 일(22일 로이터 인터뷰)은 일상적 외환시장의 안정을 지키는 일과 분리해야 할 전혀 다른 사안이다.
위기를 강조하는 발언들은 오히려 시장을 자극해 환율 안정에 역효과를 낸다. 정부와 여당 주요 인사들은 현재 급등하는 환율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미국과 불공정한 관세협정을 맺으면 환율이 폭등할 것이라고만 경고한다. 지금의 환율 급등세는 불공정한 관세협정의 문제가 아니라 협정 자체가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 고위 인사들이 외환시장에 불안을 조성하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말 환율 급등세를 방치한 걸까. 지금은 알 수 없다. 정부가 환율 급등세를 막으려 했다면, 한은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대량 순매도해 달러당 환율을 낮췄을 것이고, 반대로 환율을 의도적으로 상승시키려 했다면, 한은이 달러를 대량 순매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이런 정황이 담긴 '분기 외환 순거래' 통계를 3개월 후에나 발표한다.
■ 환율 상승의 수혜=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지금 논란이 되는 관세·무역과 관련해서 보면, 환율의 상승은 수출품 가격을 낮추고, 수입품 가격은 높인다. 일례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전 세계에 고율 상호관세를 임의로 부과하자, 중국이 고의로 위안·달러 환율을 상승시켜 자국 수출품에 매겨질 관세 효과를 없애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9/thescoop1/20250929190649527mlhd.jpg)
실제로 지난 4월 1일 위안·달러 환율은 달러당 7.2697위안이었는데,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103.94에서 99.49까지 하락한 15일에 오히려 7.3093위안까지 높아졌다. 양국 사이 관세 긴장감이 줄어든 지금 위안·달러 환율은 달러당 7.1338위안까지 낮아졌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협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대미對美 수출품 관세가 기존 15%에서 25%로 상승한 자동차의 예를 보자.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관세 25%를 적용한 지난 8월 1일 달러당 1389.03원에서 9월 25일 종가 기준 달러당 1409.14원으로 높아졌다.
다시 말해, 원화 가치는 약 1.4% 하락했다. 협정이 타결됐다면 매겨졌을 자동차 관세 15%와 비교하면 자동차 수출 가격은 관세 차이인 10%포인트만큼 높아졌겠지만, 원화 가치의 하락이 가격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었다.
수출 대기업으로 한정하면, 환율의 상승은 항상 막대한 이익과 연결됐다. 수출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고, 환차익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한 반도체회사는 영업외수익 1조5000억원 중 환차익으로만 6200억원을 챙겼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현대차 영업이익은 약 1.9%, 기아차 영업이익은 약 1.7%씩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 고통은 애먼 서민에게=환율이 상승해 괴로운 것은 서민들이다. 환율 상승은 이처럼 수출품 가격을 낮추는 대가로 수입품 가격을 올려 물가를 끌어올린다. 만약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면서까지 환율을 상승시켰다면, 이는 반드시 시중 통화량을 증가시켜 역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 9월 16일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자동차 수출 가격은 하락한다. [사진 |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9/thescoop1/20250929190650809cvka.jpg)
그래서 정부는 환율 개입에 들어간 돈만큼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발행해 시중 통화량을 흡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통안채 발행량을 오히려 줄이고 있다. 통안채 잔액은 2015년 180조원에 달했지만, 2024년 157조원, 2025년 1분기 말에는 약 144조원으로 줄었다. 그만큼 통화량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지 않아서 물가상승률 통계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실제로는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상품은 서울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이다. 한은 총재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반복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한은은 경기침체에도 추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증상만 치료하고, 원인은 외면하는 행위다. 외환당국이 환율 1400원대에 구두개입조차 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부적절하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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