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드론과 AI, 부산을 더 안전한 도시로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동북아의 관문이다. 산업과 문화, 인구가 밀집된 복합 도시인 만큼 다양한 위험이 상존한다. 노후 건물의 붕괴, 여름철 폭염과 미세먼지, 도심 교통사고, 겨울철 화재,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사면 붕괴, 지반침하, 태풍 피해, 산불과 같은 재난이 시민의 삶을 위협한다. 기존 인력 중심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새로운 대안이 바로 드론과 인공지능(AI)이다.
드론은 하늘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한다. AI는 이를 분석해 위험을 찾아내고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도시의 새로운 ‘감각기관’이 된다. 보이지 않던 균열, 침수 범위, 산사태 위험 지역, 도로의 지반침하 가능성까지 드러내며 도시를 다시 읽어낸다. 과학철학적으로 보자면, 기술은 오감을 넘어 제6의 감각을 제공한다.
부산은 이미 수차례 큰 재난을 겪었다. 2020년 사상구 일대에서는 기록적 폭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2021년 해운대와 기장에서는 산사태로 주택과 도로가 큰 피해를 입었다. 남구 일부 지역에서는 지반침하로 도로가 내려앉아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고, 태풍 차바와 같은 초강력 태풍은 항만과 도심을 동시에 마비시켰다. 이런 사건들을 떠올려보면, 재난은 더 이상 이례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만약 당시 드론과 AI 체계가 충분히 구축돼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폭우가 내릴 때 드론이 실시간으로 하천 수위를 촬영하고, AI가 침수 위험 구역을 예측했다면 신속한 대피가 가능했을 것이다. 산사태 위험 지역을 조기 탐지했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지반침하 역시 드론 기반 지형 촬영과 AI 분석을 통해 사전 경고가 가능하다. 기술은 단순히 재난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보호하는 적극적 수단이 될 수 있다.
환경 관리에서도 기술의 효과는 크다. 드론이 여름철 도심의 열 분포를 촬영하면, AI는 열섬 현상을 분석해 나무 심기나 차열 포장의 대책을 제시한다. 또 폭우 직후 드론이 하천 수위를 측정하면 AI는 침수 범위를 시뮬레이션 해 대피 경로를 계산한다. 사면 붕괴가 우려되는 산지나, 건물 밀집 지역의 지반침하도 조기 감지가 가능하다. 과학기술학이 말하듯, 기술은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사회적 결정의 방향을 이끄는 행위자로 기능한다.
재난 대응에서는 기술과 인간의 협력이 핵심이다. 태풍이 접근할 때 드론은 해안가와 도심의 취약 지점을 촬영하고, AI는 파손 위험을 분석한다. 화재나 산불 현장에서는 드론이 연기와 불길의 확산 경로를 촬영하고, AI는 위험 지역을 예측한다. 구조대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더 빠르고 안전한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만약 AI의 분석이 오판을 불렀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개발자 운영자, 아니면 기술을 도입한 사회 전체일까? 과학기술은 편리함과 함께 책임의 재분배를 요구한다.
도시 행정에서도 드론과 AI는 이미 쓰이고 있다. 불법 쓰레기 투기 단속, 대규모 행사 안전 관리, 환경 감시뿐만 아니라 태풍 피해 조사, 침수 지역 복구 점검에도 활용된다. 그러나 동시에 ‘감시 사회’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에 비추어보면, 기술 도입은 전문가만의 결정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토론해야 할 공적 사안이다. 안전과 자유, 효율과 권리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산이 ‘스마트 안전 도시’로 발전하려면 기술 도입을 넘어 그 사회적 의미와 방향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라투르가 말했듯, 인간과 기술은 서로 얽혀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드론과 AI가 시민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지, 통제의 도구가 될지는 사회적 합의와 선택에 달려 있다.

하이데거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했다. 드론과 AI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도시를 원하는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싶은지 비추는 창이다. 부산이 이 기술을 공공의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도시는 더 안전해지고 다 함께하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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