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R도 민간 혁신역량도 없는 디지털정부 인프라 혁신안

팽동현 2025. 9. 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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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문제로 시스템별 분리·폐쇄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부적합
“AI G3는 아직 먼 꿈… 기초부터”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정부 주요 디지털서비스들을 마비시키며 수일째 국민 삶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 인공지능(AI) 3대강국(G3)을 노리는 나라라기엔 재해복구(DR) 시스템을 비롯한 디지털 인프라 구비와 관리 모두에서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AI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나 그에 앞서 사이버복원력과 클라우드 전환 문제부터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디지털정부 인프라 혁신 전략(이하 전략안)’을 마련해 이달 중순까지 관련 기관·기업들과 수차례 논의해왔다.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화재가 발생하기 전주에 공공기관들에 해당 문서를 사전 배포하고 내년 실행을 목표로 의견수렴에 나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디지털타임스가 단독 입수한 이 문서 어디에도 재해복구나 DR이란 단어는 찾을 수가 없다. 화재 발생 이후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을 통한 DR 시스템 구성 필요성이 거세게 제기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행안부가 DR 마련도,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도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행안부가 공공 클라우드 전환 관련 핵심시설로 운영 중인 국정자원 대구센터의 정부민간협력형(PPP) 클라우드 또한 현재 이슈가 되는 ‘클라우드 이중화’를 통한 DR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보안성을 명목으로 폐쇄된 내부망을 공통 인프라 삼아 시스템이 구성되고 외부망 연결이 제한되므로 화재 등에 대비한 멀티리전 구현에 한계가 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정책과도 거리가 있는 셈이다.

나아가 ‘전략안’에 따르면 행안부는 기존 대구센터 PPP 모델에 더해 ‘통합관리형 민간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모델도 마련하려 했다. 개별 정보시스템 담당 행정·공공기관이 응용프로그램(AP)과 데이터만 직접 운영·관리하고 나머지는 국정자원이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으로 추정되는 ‘통합관리기관’에 운영·관리를 위임하는 형태다.

통합관리기관은 국가정보원 보안기준 ‘상’등급 정보시스템 수용에 필요한 보안·안정성 요건을 충족하는 ‘통합관리형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 인프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행안부로부터 선정된 CSP들은 자체 데이터센터 내 별도의 존을 마련하고, 상주하는 통합관리기관 담당자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운영하게 된다.

사실상 공공부문에서 상면임대 사업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대구 PPP 모델에 비하면 민간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을 내릴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또한 DR 구성이 어렵긴 매한가지라는 점이다.

공공시스템을 보안상 별도의 영역에 두지만 민간 데이터센터의 공통 인프라를 기반 삼는 기존 ‘공공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존’과 달리, 이 ‘통합관리형 CSP 존’은 각 시스템마다 마치 전산실처럼 모두 분리·폐쇄된 채 행정망과 연결돼 과거 ‘공공클라우드센터’와 유사한 형태로 업계는 분석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은 물론이고 DR을 위한 ‘클라우드 이중화’에도 용이한 구조가 아니다.

한 공공부문 IT 담당자는 “공간을 확실하게 달리하지 않고 이중화 구성해봐야 화재와 같은 재해 등에는 큰 의미가 없다”며 “근본적으로 민간의 영역을 정부가 침해하는 것이 문제고, 이번 화재도 예산 부족만 탓할 게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물론 ‘전략안’은 국정자원 화재 전에 논의된 것이라 그대로 실행되지 않을 공산도 높다. 하지만 그 안에도 DR은 없었다는 점, 또 다시 공공 클라우드 전환이 민간 혁신 역량 활용보다는 행정 편의 위주에 가까운 형태로 추진된다는 점은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날 1조원 규모 DR 시스템 구축이 논의됐지만, 이런 투자뿐 아니라 인식의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게 현실이다.

‘전략안’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행정·공공기관 전체 정보시스템 1만5906개 중 83%는 자체 전산실에서 운영되고 있다. 민간 클라우드에 10%, 국정자원에 7% 존재한다. 디지털정부라고 일컫기도 어려운 수치이자, AI G3 도약을 위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필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행안부는 국정원에서 보안성을 요구한다는 명목으로 계속 이런 형태로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전환을 유도하는데, 그냥 정부·공공 IT인프라 주도권을 계속 쥐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며 “AI G3 도약을 달성하려면 AI 모델이나 서비스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줄 디지털 인프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 짚었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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