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실로 보내면서…‘인도적 도축’이란 말 자체가 모순”

“‘인도적인 도축’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입니다. ‘자비로운 학살’이나 ‘친절한 살인’이란 것이 성립할 수 없는 것과 같아요.”
영국 동물권 활동가 에드 윈터스(31)는 스스로를 ‘지구인 에드’(Earthling Ed)라고 부른다. 이 이름으로 운영 중인 소셜미디어 구독자가 100만명(유튜브 45만, 인스타그램 58만)에 달해 현재 서구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건 교육자로’로 여겨지는 그가 지난 9월 초 한국을 찾아 서울·인제·광주·제주의 대학·공공기관·생크추어리 등을 찾아 릴레이 강연을 벌였다. 한때 프라이드 치킨을 열렬히 좋아했다던 그는 어떻게 모든 육식이 사라지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을까.
2016년 동물권단체 ‘서지’ 공동 설립
비건 레스토랑·생크추어리 등 만들어
서구권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자’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을 찾은 그는 “(식습관뿐 아니라 모든 생활에서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은 동물에 대한 공감뿐 아니라 이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더이상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2014년 5월14일입니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 뉴스 누리집에서 한 트럭 사고 소식을 봤다. 맨체스터 인근의 한 도로에서 닭 6000여마리를 싣고 가던 트럭이 사고로 추락하면서 현장에서 1500여마리가 충돌과 2차 사고로 죽었다. 일부는 즉사했지만, 수백여마리는 뼈와 날개가 부러진 채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기사를 읽으면서 제가 닭들에게 공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불쌍하다 생각했고, 그들의 고통을 떠올렸고, 왜 죽어야 하는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닭들이 도축장에 잘 도착했더라도 어차피 죽임을 당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사고가 안타깝게 느껴졌다면, 도축장에 도착한 닭들에게도 같은 감정을 느껴야 하는게 아닐까요.” 자신의 가치관과 행동이 모순된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는 채식주의자가 됐다. 그리고 이듬해 인간의 ‘종차별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다큐 ‘어스링스’(2005년)를 보고 달걀·우유 소비에도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비건이 됐다. ‘지구인 에드’의 시작이다.
그의 확신은 광폭 행보로 이어졌다. 2016년 동물권단체 ‘서지’(Surge)를 공동 설립한 그는 2018년 런던에 비건 레스토랑을 열고, 2020년에는 구조한 농장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서지 생크추어리’를 만들었다. 현재 생크추어리에는 농장을 탈출한 돼지 ‘마틸다’를 비롯해 130여마리의 동물이 지내고 있다. 마틸다의 사연은 2023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비거니즘 실천은 동물을 좋아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서 “외려 그들이 도덕적 고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동물을 사랑스럽다고 느끼지 않더라도 농장동물이 공장식 밀집 사육으로 고통 받고, 고기가 되기 위해 비참하게 죽어간다는 것은 누구든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논리적 설명은 온라인과 영미 대학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영국 대학에서 연설한 강연을 편집한 영상 ‘다시는 당신의 삶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없을 겁니다’(2018년)는 설득력 있는 콘텐츠로 회자되며,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가 3500만회에 이른다.
최근 한국 찾아 전국서 릴레이 강연
“동물복지 개선, 최종목표여선 안돼
공장식 축산 시스템 완전 폐지해야”
그가 2023년 펴낸 책 ‘고기 먹는 사람들과 논쟁하는 법, 그리고 반드시 이기는 법’(국내 미출간) 또한 우리 사회의 견고한 육식 문화를 되돌아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록 제목은 ‘논쟁에서 이기는 법’이라 해도, 책의 요지는 싸우지 않는 겁니다.” 책 구성 자체가 비건에 반대하는 논거들에 대한 답변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상대에게 ‘내 생각을 믿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논리를 스스로 뒤돌아보게 함으로써 그 안의 모순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이처럼 논쟁이 아닌 경청·질문·공감·대화를 권하는 이유는 “세상은 악이 아니라, 연민이 가득한 사람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의 한 상점가에서 길고양이를 정성껏 돌보는 가게 주인을 보고 그 자비로움에 감동했다고 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그 연민을 “조금 더 멀리 확장하는 것”이다. 합리적 사고를 강조하지만, 그가 희망으로 여기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가진 공감 능력이었다. 강연 때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이 말한 ‘1㎜의 법칙’을 자주 인용하는 이유다. “만약 비거니즘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도, 토론이 끝난 뒤 조금이라도 비건에 호의적으로 변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지각판이 조금씩 움직여 산을 만들듯, 작은 인식의 변화가 행동을 바꾸니까요.”

다만 그는 ‘인도적 도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고한 기존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가스실로 보내지거나 거꾸로 매달려 목이 잘리는 현실을 ‘인도적’이라 부르는 것은 현실과의 단절을 보여줄 뿐”이라며 “육류 소비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reducetarian)은 비건이 되기 위한 단계적 감소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 개선 또한 “고통을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되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완전한 폐지를 향한 발걸음일 경우에만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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