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 폭폭’ 소리내 달리며 사회 속 움직임을 배웁니다
종이로 만든 기차 타고 노는 아이들
멈추고 달리며 조절·절제 방법 배워
평범한 아이 일상 속 ‘놀이’ 더하면
규칙·공존 깨닫고 문제 해결법 찾아

길 위에 선다. 아니 마음이 먼저 길을 걷는다. 길에는 사연이 포개진 오랜 친구도 있다. 기억이 길을 만들면 스쳐 간 인연이 손짓한다. 길을 걸을 때는 가슴에 와 닿는 바람만 있어도 그냥 좋더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길은 마음 벽부터 허물어진다. 가을에 걷는 길은 혼자 걷는 길도 좋고 당신이 동행해주면 기쁨이 몇 배는 될 것이다. 길에는 책에 없는 것, 옳고 그름의 잣대로 재단하지 않아도 되는 내면이라는 샘물이 솟고 영감이 꿈틀거린다. 이는 '초심'의 영역을 넓히는 '양심'이다. 그러니 우리가 걷는 길은 맑고 투명한 길이다.

종이 상자 하나가 금세 자동차가 된다. 운전석과 뒷좌석을 장착하고 번호판을 달고 문고리를 만들어 열어주니, 아이들은 차례차례 승객이 되어 앉는다. "부릉부릉~ 출발합니다!" 작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교실 바닥을 도로로 바꾸어 놓는다. 다음날 종이 자동차를 연결하니 단박에 지하철 놀이가 시작되었다. "승객 여러분!!" 잠시 후면 장유역에 도착합니다. 내리시는 문은 왼쪽입니다. "아~ 장유역! 장유역에 도착했습니다. 안전하게 하차해주시고 안녕히 가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친구의 손을 잡고 아쉬움을 남긴다. "칙칙폭폭~!" 종이 상자를 붙잡은 아이들이 기차가 되어 달린다. 놀이는 찰나를 넘나들면서 이어진다. 곧 "부릉부릉~!" 어느새 기차는 자동차로 변신한다. 순서를 기다려 차례로 올라타고 함께 흔들거리며 까르르 웃음기를 발동한다. 종이 상자는 아이들에게 도로이면서 철로가 된다. 감정을 풀고 상상을 띄우고 놀이로 여행을 나선다.

강당에서는 신호등 색깔이 아이들의 몸을 멈추게 하고 걷게 한다. "초록 불~ 출발!", "빨간 불, 멈춰!" 규칙은 곧 진지한 놀이로 바뀐다. 아이들의 일상도 '놀이'를 가미하면 흥미가 따라오고 진중하게 접근한다. 굴착기에 올라타 커다란 타이어 튜브를 몸에 두른 채 달리면서 차오른 호흡을 고르기도 한다. 에어바운스 자동차 위에서는 "부릉부릉~" 합창 소리로 울려 퍼진다. 함께 웃고 달리면서 보내는 동안은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학습한다.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도 단단해진다. 멈추고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자기 절제와 조절을 배우고 사회성을 키운다.

아이들의 또 다른 교실은 가을 숲이다. "여기 구멍 있어요! 뭐가 살았나 봐요!" 도토리를 손에 든 아이가 눈을 크게 뜨며 외친다. "진짜야, 안에 있어, 움직여!" 친구들이 고개를 바짝 들이밀자, 도토리 속 작은 거위벌레가 꿈틀거린다. 그 순간 아이들의 입에서 "우와 아아~" 감탄사가 연달아 터져 나온다. 숲은 모험이 가득한 경이로움이 사방에 널려 있다. 작은 생명과 마주하는 공간마다 자연이 스승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파라슈트 위에다 곤충들을 놓고 "우리랑 놀고 싶은가 봐!", "같이 타고 싶나 봐!" 숲이 선물한 생명의 놀이터는 자연학습장 역할을 한다. 파라슈트 위에 앉아 곤충을 바라보는 동안 숲은 교통기관 역할을 맡아 신비로 채워진 세계로 데려간다.

/박영희 국공립장유어린이집 원장
☞ 필자는… 아이, 교사, 부모의 세계를 잇고 유보통합을 선도하는 '영유아학교 시범기관' 국공립어린이집의 원장이자, 교육학 박사입니다. 어려움과 관계의 갈등을 함께 마주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성장과 배움의 기쁨을 나누는 전문상담사입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