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 문신 시술, 33년 만에 합법화됐지만…의료계 “교육·관리는 의사가 해야” 반발

이강산 기자 2025. 9. 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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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사법 제정안 국회 통과…국가시험 합격 시 문신 행위 독점적 지위 부여
의협 “위험 줄이려면 의사가 교육해야”…한의·치과계는 “우리도 권한 달라”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2025 한국문신전 타투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가 아닌 사람도 몸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문신사(타투이스트)들의 문신 시술 행위가 33년 만에 합법화됐으나 의료계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문신사법 제정안이 재석 202명 중 찬성 195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제정안은 '문신사는 의료법 및 약사법에도 불구하고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문신과 반영구 화장을 모두 '문신 행위'로 정의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한 문신사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해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문신 제거와 보호자 동의 없는 미성년자에 대한 문신 행위는 금지됐다. 또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문신사에게 위생 및 안전관리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고 문신 행위 실시 일자, 사용 염료의 종류 및 양, 문신 부위·범위 등에 대한 기록·보관 등도 의무화했다.

법 시행일은 공포 후 2년이 지난 시점으로 정했으며 시행 이후 최대 2년간은 임시 등록 등의 특례를 두도록 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지난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비의료인 문신 시술이 이미 보편화된 상황에서 국내 문신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를 없애고자 문신사법 제정이 추진됐고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이에 문신사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입장문을 내고 "마침내 자랑스러운 전문 직업인으로 거듭나게 됐다"며 "이제는 떳떳한 직업적 자긍심으로 보다 안전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K-타투를 세계 최고로 발전시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드린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신 시술을 무면허의료행위로 간주해 기소한 사례의 경우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는 "대한민국이 타투이스트를 무면허 의료범죄자로 처벌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씻어낼 중대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사법부는 이번 문신사법의 입법 취지가 문신시술을 무면허의료행위로 보아 처벌하는 기존의 비상식적인 판례와 법체계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직시하고, 현재 이로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는 모든 타투이스트에게 즉각 무죄를 선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간 의료행위로 규정돼 오던 문신 시술 권한을 나누게 된 의료계는 "문신은 명백한 의료행위로 의사가 아닌 이들의 시술은 위험하다"며 문신사법 제정안 국회 통과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은 변함없다"며 "문신이라는 행위가 허가된 면허는 의사밖에 없다. 문신 행위는 기본적으로 의료 행위"라고 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문신사법 제정안이 통과됐더라도 문신사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를 의사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신 행위로 인한 국민 위험을 줄이려면 의협이 교육·관리를 맡아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이 관철되도록 시행령·시행규칙에 의협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치과의사와 한의사 단체 역시 문신 시술 자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신사법 제정안에서 치과의사와 한의사 면허에는 문신 행위가 허가되지 않았다. 이에 치과·한의계에선 의사만 문신 행위 권한을 갖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문신 시술이 피부에 침습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치과의사와 한의사 역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치과의사는 고난도의 수술과 정밀한 봉합을 포함한 침습적·재건적 시술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전문 의료인"이라며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단순 미용 목적이 아닌 필수적인 재건·미용 시술에 문신 시술을 활용해 왔다"고 했다.

이어 "현장의 전문성과 필요성을 무시한 채 '의사'만 명시한 문신사법은 의료 현실과 국민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입법 오류"라고 지적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성명을 내고 "이번 문신사법에서 의료인 중 양의사만을 허용하고 한의사를 철저히 배제한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위헌적 차별 행위"라며 "한의사는 침, 뜸, 부항 등 인체 피부를 자극·침습하는 전문 시술을 오랜 기간 교육받고 실제 임상에서 시행해 온 전문가"라고 했다.

이어 "한의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인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공정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의협 측은 문신 행위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의료법에서 규정한 의료인이 모든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자 면허로 허가된 범위 안에서 하는 것이다. 문신 행위가 타 직역에 면허로 허용되지 않았으니 법에서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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