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승객은 사절"…멕시코 '걸스 온리 택시' 인기 배경은 [지구촌 TMI]

나주예 2025. 9. 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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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에서 출시된 여성 전용 택시
여성 택시기사가 여성 승객에게 서비스
"도로 위 위협 피해 안전한 공간 마련"
멕시코시티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여성 운전자 루스 로하스가 '작은 체리'라는 별명을 붙인 자신의 쉐보레 택시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다. 멕시코시티=CNN 방송 캡처

7년째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여성 운전자 루스 로하스(49)는 매일 출근 전 기도를 드립니다. "오늘도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멘." 로하스를 비롯한 멕시코의 여성 택시 운전자들에겐 일터에서의 사고가 곧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멕시코에선 매년 수천 명이 실종되고, 집단 매장지가 지속적으로 발견됩니다. 이런 곳에서 여성이 택시 운전기사로 밤을 보내는 것은 '도박'처럼 여겨집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나 택시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 성폭력 사건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하죠. 여성들이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리거나, 길가에 버려지거나, 여성 운전자가 승객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등 여성 대상 강력 사건이 늘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멕시코시티에서는 최근 여성 전용 택시 앱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로하스는 3년 전 딸 카리나 알바(29)와 함께 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는데요. 바로 여성 기사들로만 구성된 '아모라스(AmorrAs)'라는 협동조합입니다. 스페인어로 '사랑(amor)'과 '여성(morras)'의 합성어로, 더 안전한 택시 서비스를 원하는 이들의 염원을 담았습니다.


여성 기사, 여성 승객만을 위한 'AmorrAs'

법의학 전문가들이 7월 31일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택시 안에서 여성을 포함한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아카풀코=EPA 연합뉴스

아모라스는 글로벌 대기업의 승차공유 앱 서비스와 직접 경쟁하진 않습니다. 소속된 운전자는 모두 23명으로, 이들은 모두 '우버(Uber)'나 '디디(DiDi)' 등에도 등록된 택시기사입니다. 다만 이들은 아모라스의 예약을 우선시하며, 킬로미터(㎞)당 5페소(약 381.7원), 분당 3페소(약 229원)의 정찰 요금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로하스를 비롯한 아모라스의 여성 기사들은 승객을 고를 때 가능한 한 신중을 기합니다. 남성 승객이 호출한 장소가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일명 '위험구역(레드존)'일 경우 요청을 거부하는 대신 위험도가 낮은 구역의 여성 호출자를 수락하는 식이죠.

아모라스는 단순한 운송 서비스 업체가 아닌, 연대와 보호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일부 회원은 변호사나 심리상담사로, 위기에 처한 여성들에게 무료 상담을 제공합니다. 2023년부터 매달 평균 100건 이상의 택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며, 앱 또는 전화로도 예약이 가능합니다. 모든 차량 운행은 실시간으로 감시(모니터링)되는 덕분에 도로상 위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같은 서비스 덕분에 고객 둘세 나바로(41)는 매달 고향 방문이나 콘서트 관람 후 귀가 시 아모라스를 자주 이용합니다. 과거 무서운 사건을 겪은 후 버스와 지하철 이용이 꺼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해 지하철 여성 전용칸에서 정체불명의 사람이 놓은 주사를 맞고 약물을 강제 투여 당하는 일을 겪었습니다. 그의 조카는 2021년 버스에 탑승된 채 실종됐다가, 결국 빈 공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원하는 것은 '일할 권리', 하나뿐"

시위대가 올해 1월 14일 멕시코시티의 우버 사무실 앞에서 살해된 여성 운전자 카를라 파트리시아 코르테스의 죽음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셔터스톡 제공

지난해 12월 멕시코시티에선 여성 택시기사가 근무 중 숨지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우버 택시기사였던 카를라 파트리시아 코르테스(당시 41세)가 운행 중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우버의 '비상 호출' 기능과 실시간 위치 공유 앱도 사용 중이었지만, 죽음을 막진 못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순간이 주택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잡히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상에선 차가 멈추고 총성이 울리며, 파트리시아의 시신과 곰 인형 하나가 인도에 그대로 버려집니다. 사건 용의자는 5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체포됐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고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멕시코시티는 올해 8월 여성 대상 범죄를 겨냥한 경찰 전담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438명의 경찰은 성범죄 예방 순찰, 긴급 대응, 피해자 동행, 가정폭력 등에 투입됐으며, 3,000명 이상의 경찰은 젠더 인식 교육도 받게 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여성 승객이나 기사들이 사라지거나 공격당하는 사례는 여전히 흔합니다. 2018년 유엔 여성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여성의 90%가량은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서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멕시코시티의 수많은 여성 택시기사는 "위험하니까 일하지 마라"는 말은 여성들을 집 안에 가두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외칩니다. "저는 단지 일할 권리를 믿는 사람이에요. 일하러 나갔다고 목숨을 잃을 이유는 없어요."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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