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 밟아도 사람 있으면 정지…“오조작 안전보조 장치 의무화해야”

이재호 기자 2025. 9. 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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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이야기
지난해 7월2일 오전 지난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북창동 음식거리 인근 사고 현장에 한 시민이 추모 글을 붙여놓았다. 지난 1일 밤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굳어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1일 밤, 서울 시청역 교차로에서 인도를 향해 차량을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운전해 9명을 숨지게 하고 6명을 다치게 한 차아무개(69)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차씨는 가속페달(엑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하고 밟은 것으로 파악됐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금고 5년형을 받았다. 금고형은 수형자를 교도소에 수감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은 부과하지 않는 형벌이다.

차씨의 부주의로 15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참사’ 이후로도 차량 돌진 사고는 전국에서 잇따랐다. 지난 25일 오후에는 울산 동구의 한 도로에서 60대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영업 중인 식당으로 돌진해 재산 피해를 냈다. 지난달 1일에는 경기 용인의 한 음식점으로 6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돌진 사고가 나면 사고를 낸 일부 운전자 사이에서 ‘급발진이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부나 법원에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0’건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최근 5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현황’ 자료를 보면, 급발진을 주장하는 교통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까지 5년 동안 국과수가 급발진으로 인정한 사례는 없었고, 전체 사고 364건 가운데 321건(88.2%)은 ‘페달 오조작’으로 판명됐다. 나머지 41건은 ‘원인 미상’으로 분류됐다. ‘차량의 파손 정도가 심함’ 등의 이유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과수의 분석 자료를 토대로 ‘급발진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급발진 주장 사건 대부분이 페달 오조작’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차량을 만드는 제조사와 전문가들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을 의도가 없다면,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가 멈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출시된 캐스퍼 일렉트릭과 최근 출시된 이브이(EV)5에 탑재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는 이런 생각을 현실로 옮긴 센서 장치다. 하정우 현대차 연구원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페달 오조작 사고 소식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관련 법규와 규제로 안전 보조 기능을 의무화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개발해 탑재한 차량을 양산했다”고 말했다.

오조작 안전 보조는 차량에 장착된 센서로 차량 전후방에 다른 차량이나, 사람 등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차량이 자체적으로 ‘페달 오조작’으로 판단하고 자동으로 차량을 멈추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출시된 캐스퍼 일렉트릭에 처음 탑재된 이 센서는 전·후방 장애물을 1m까지 인식하고 사람이나 사물이 있을 경우 차량이 멈추는데, 이브이(EV)5에 적용된 센서는 더욱 발전한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전·후방 인식 거리를 1.5m로 늘렸다.

이브이(EV)5에는 가속 제한 보조(ALA) 장치도 탑재했다. 이 장치는 운행 중에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거나 서서히 가속하지 않고 갑자기 과도하게 속도를 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 운전자에게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음’을 알리고 차량의 가속을 제한한다. 오조작 안전 보조와 가속 제한 보조가 장착된 차량이었다면, ‘시청역 참사’와 같은 비극을 막았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연구소장은 “일찍부터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 대책을 세워온 일본에서는 정부가 지원해서 사고를 예방하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으로 교통사고율을 절반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2021년부터 새 차에 ‘긴급제동장치’(센서로 장애물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멈추는 장치) 장착을 의무화했고, 2028년부터는 모든 차에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설치를 의무화했다.

한국도 발걸음을 뗀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처음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보조 장치 보급 지원’ 예산 5억원 편성했다. 택시와 1.4t 이하 소형 화물차를 운행하는 65살 이상 고령 운수사업자 차량에 보조 장치 설치 비용의 50∼80%를 국비로 지원해 2천대 차량에 안전장치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오조작 안전 보조 장치는 복잡한 기술이 아니고, 40만원 정도 비용만 들이면 모든 종류의 노후차에 설치가 가능하다”며 “사고 예방 효과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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