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원인 지목된 ‘쇼트’가 뭐지?...리튬이온 배터리 이렇게 관리를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5. 9. 29. 16: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부충격이나 노후화 등 원인 지목
배터리 내부 전해액 빠져나오거나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화학반응 폭발적으로 일어나 발열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가 일어나고 사흘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8일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미 배터리가 전부 불에 탄 상황이라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기 어려울 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쇼트가 났다, 외부 충격이 있었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5가지 궁금증을 전문가들에게 물어 정리했다.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를 옮기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에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된 바 있다. [연합뉴스]
1)UPS가 뭐지? 데이터센터용 보조배터리
UPS는 정전 등의 상황에서 전산실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구비하는 배터리다. 전산실은 24시간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비상용 전원이 꼭 필요하다. 휴대폰이 방전됐을 때 보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처럼, 비상 상황에 끊김 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사고에서 작업자 한 명은 배터리에서 튄 스파크 때문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미루어 배터리에서 ‘단락(쇼트)’이 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면, 화학 반응과 발열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쇼트라고 한다.

단락이 일어난 이유로는 외부 충격과 배터리 노후화 등이 지목된다. 이번 화재는 작업자가 5층 전산실에 있던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중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 과정에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졌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2)쇼트가 뭐지? 양극-음극 만나 화학반응
리튬 배터리는 충격에 취약하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나누는 분리막이 외부 충격으로 부서지면 단락이 일어난다. 배터리를 옮기거나 내려놓다가 찍히는 경우에도 유기용매인 전해액이 새어 나와 불이 붙을 수 있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렇게 민감하기 때문에 리튬 배터리를 옮길 때에는 단자를 절연 테이프로 감싼 후, 맞춤형 포장재에 넣어야 한다”면서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0% 정도만 충전된 상태에서 옮겨야 하는데, 이런 수칙을 지켰는 지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에 대비해 배터리를 30%만 충전시키는 것은 혹시 단락이 발생할 경우, 일어날 화학 반응의 양 자체를 줄이려는 의도이다.

전문가들은 전원을 차단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외부 충격’이 있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국정자원 측은 “전원 차단 후 약 40분이 지나 불꽃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배터리 충·방전 과정에서 불이 나는 경우는 잦지만, 전원을 모두 차단하면 화재 확률은 훨씬 낮아진다.

화재 조사를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전원이 모두 차단된 상태에서 화재가 나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흔치는 않다”고 했다.

3)덴드라이트가 뭐지? 노후화로 생기는 결정
배터리 노후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의 원인이 된 UPS용 리튬이온배터리는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납품돼 사용됐다. 이 배터리의 사용 연한은 10년으로, 이미 1년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배터리를 연구하는 모 교수는 “처음부터 불량이었다면 진작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배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열화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대표적인 문제가 음극재에 쌓이는 가지 모양의 리튬 결정(덴드라이트)이다. 배터리를 오래 사용할수록 덴드라이트가 커져서 결국 분리막을 부수고 음극과 양극을 직접 이으면서 단락을 일으킨다.

덴드라이트가 양극에 닿아야 화재가 나기 때문에, 그 직전까지도 위험 여부는 알기 어렵다. 다만, UPS는 충·방전이 잦지 않아 일반 리튬 배터리만큼 덴드라이트가 자라지는 않는다.

4)소화수조가 뭐지? 그냥 물이 담긴 용기도 가능
이번 화재로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국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소형 전동차나 스쿠터, 킥보드 등 가정에서 충전하는 개인용 이동수단에도 리튬 배터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현재로선 물에 담그는 것 말고는 진압 방법이 없다. 물에 담가 내부에 남아있는 전기와 열을 모두 빼는 방식이다. 이번에 화재가 난 배터리도 현재 ‘소화수조’에 담겨있는 상태다.

소화수조는 별도의 규격이 있지는 않고, 그냥 물이 담긴 용기를 사용해도 된다. 배터리 작업 시 휴대용 소화수조를 상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같은 경우, 전산실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화재 초기에 물을 사용하지 않고 가스를 이용해 진압을 시도했다.

안전관리학과 모 교수는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처음부터 물로 진압했다면 화재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일어날 화재에 대비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진압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5)화재 진압 방법? 전용소화기 있지만 인증안돼
시중에는 리튬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전용 소화기도 있지만, 공식 인증을 받지는 않았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이 인증 기준을 만들어 평가하는데, 업계에서는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KFI 관계자는 “연말까지도 인증받는 소화기가 없으면 기준을 바꿀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아직 해외에도 리튬 소화기에 관한 기준이나 공식 인증 제품이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UPS용 리튬 배터리와 전동 킥보드 등에 사용하는 일반 리튬 배터리는 구조와 원리가 동일하다. 양극재를 이루는 성분이 조금씩 다른데, 최근 만들어지는 UPS용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계열이 많다. 이번에 화재가 난 배터리의 종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국정자원에 배터리가 납품된 시기에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망간코발트(NCM) 배터리를 주로 제조했다. LFP 계열보다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안전성이 다소 떨어진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보조 배터리 등도 주로 NCM 계열을 사용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