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와 왕이의 ‘동상이몽’…북중, 외교장관회담 보도 왜 달랐나?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5. 9. 2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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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 관영매체 회담 보도서 온도차
평양은 “중국과 완전한 견해 일치” 강조
베이징은 “쌍방 관심사 의견 교환” 표현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28일 베이징 낚시터(댜오위타이·釣魚臺)국빈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주말 베이징에서 만나 회담을 가진 이후 양측에서 나온 보도와 입장 발표의 방향성이 상당히 달라 눈길을 끈다.

지난 4일 베이징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 약 3주 만에 마주앉은 양측 외교수장은 한목소리로 양국관계 강화·발전과 전략적 소통 강화, 고위급 왕래 확대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은 이번 외교장관회담의 핵심적인 결과를 놓고 확연하게 ‘결’이 다른 보도를 내놓은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29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북중 외교장관회담 관련 소식을 보도하며 “(최 외무상과 왕 부장 사이에) 국제 및 지역문제와 관련한 깊이 있는 의견교환이 있었으며 완전한 견해일치를 봤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 보도에서 사용한 ‘완전한 견해일치’라는 표현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고위급 교류 관련 보도에서 흔히 쓰이는 레토릭(수사법)이다.

북측은 해당 보도에서 이번 회담의 구체적인 의제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핵심적인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양측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표현을 사용했다.

반면 전날 나온 중국 신화통신 보도에는 이러한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보도의 마지막 줄에 “쌍방은 공동 관심 사안들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외교 분야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는 표현은 서로 핵심 사안에 대한 생각이 다를 때 주로 쓴다. 말 그대로 서로 입장을 열심히 설명하고 경청했다는 것을 완곡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최 외무상은 중국측 왕 부장에게 핵 보유의 정당성과 불가피성,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문제에 관한 입장 등을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보유는 물론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공조 강화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측 보도의 행간을 읽었다.

두 나라의 보도에서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북한은 되레 언급을 자제한 내용도 있다. 미국에 대한 입장이 그렇다. 북·중 두 나라는 이달초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반미(反美)연대를 강화하고 나섰다. 다만 북한과 중국에게 있어 미국은 공히 ‘투쟁’의 대상이지만, 그 정도는 확연히 다르다.

중국에 있어 미국은 전방위적인 전략경쟁 상대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전날 북중 외교장관회담 보도에서 “일방주의와 강권정치를 함께 배격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북측 보도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미국 비판 놓고도 양국 간 보도내용 달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28일 베이징 낚시터(댜오위타이·釣魚臺)국빈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측으로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미북대화 의지가 분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미국은 대결 상대이면서도 잠재적인 대화 상대이자, 자신들을 핵보유국을 ‘어쩌면’ 인정해 줄지도 모를 권위를 가진 유일한 나라다. 더구나 북한은 이러한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는 상황이기도 하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반목했던 북한과 중국이 한 침대로 모였지만, 각자 누워 다른 꿈을 꾸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단기적인 북중관계의 방향을 정할 변곡점은 내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가 될 전망이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파격을 선보인 만큼, 내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답방을 바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 외무상의 이번 베이징 방문의 최대 목적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 외무상은 시 주석 혹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등 1·2인자가 내달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 김 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미국을 압박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내려다보는 장면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이번 (북중) 양측의 공개 보도문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와 북측의 시 주석 방북 초청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서 “당연히 논의했겠지만, 이번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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