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38억짜리 가위바위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앞과 뒤로 나뉘는 동전 던지기와 달리 가위-바위-보가 서로 맞물려 이기고 지는 만큼 절대 승자도 패자도 없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가위바위보는 언어·인종·종교와 상관없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문화이자 놀이다. 일본은 장켄폰, 중국은 차이차이차이, 영국은 록 페이퍼 시저스, 미국은 로샹보, 독일은 슈니크 슈나크 슈누크, 튀르키예는 카이트 타시 마카스라고 부른다. 앞과 뒤로 나뉘는 동전 던지기와 달리 가위-바위-보가 서로 맞물려 이기고 지는 만큼 절대 승자도 패자도 없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선생은 2005년 펴낸 ‘가위바위보 문명론’에서 “반은 열리고 반은 닫힌 가위가 있기에 비로소 주먹과 보자기는 양국의 문명대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한국(가위), 중국(보자기), 일본(주먹)의 동북아 3국이 서로 공존과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새 문명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캐나다 토론토의 세계가위바위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바위를 낼 확률이 35.4%, 보는 35%, 가위는 29.6%라고 한다. 그러면서 초보자에게는 보를 내고, 베테랑에게는 가위를 내고, 비겼을 때는 이미 낸 것에 지는 것을 내라고 조언한다. 가위로 비겼다면 상대는 다음에 바위를 낼 테니 보를 내야 이긴다는 것이다. 중국 저장대 연구팀은 연속된 게임에서 바위→보→가위 순으로 손을 바꿔가는 경향성을 발견했다.
□ 가위바위보는 K방산의 흑역사로 남아있다. 2020년 38억 원 규모 다목적 무인차량 시범사업을 놓고 국내 굴지의 방산기업이 겨뤘는데 양측 모두 성능기준을 충족한 데다 입찰가로 0원을 써내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가위바위보로 종지부를 찍었다. 육군의 숙원사업을 웃음거리로 만들며 공정성 시비를 자초했다. 정부 정책을 이처럼 무책임하게 결정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 논란의 그 사업이 재개됐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병력보호, 정찰, 수송을 도맡아 미래 지상전의 핵심으로 꼽힌다. 496억 원 규모의 1차 사업에 더해 시장 선점과 향후 2·3차 사업까지 감안하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5년 전과 같은 업체 두 곳이 다시 뛰어들었다. 평가방식을 놓고 벌써부터 잡음이 들린다. 더 이상 잡음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 국방을 신뢰할 수 있다.

김광수 논설위원 rolling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VIP 격노' 진짜였다...채상병 특검이 복원한 90일간의 진실 | 한국일보
- "담배 피우고 웃더라"... 차로 약국 들이받은 20대女,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 한국일보
- 김건모, 큰절 올리며 오열… "결혼도 하고 이혼도 했다" | 한국일보
- '솔로지옥' 차현승, 백혈병 투병 고백… "삶이 한순간 멈췄다" | 한국일보
- 16개 의혹, 14명 구속... 김건희 특검이 90일간 밝혀낸 것은? | 한국일보
- "대금 여기로 보내주세요" 무역사기 기승… 5년간 1300억대 피해 | 한국일보
-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행... 中 "북촌 여행 가자" | 한국일보
- 추석 앞두고 벌초 나선 90대, 손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져 | 한국일보
- 노후 배터리 vs 작업 실수? 정부 전산망 마비시킨 화재 원인 찾는다 | 한국일보
- 아내 몰래 큰 아들에게 15억 증여한 남편..."황혼 이혼하고 싶어요."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