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38억짜리 가위바위보

김광수 2025. 9.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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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앞과 뒤로 나뉘는 동전 던지기와 달리 가위-바위-보가 서로 맞물려 이기고 지는 만큼 절대 승자도 패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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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육군 25사단 장병들과 다목적 무인차량이 3월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진행된 한미연합 대량살상무기 제거훈련에서 장애물을 개척하며 전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위바위보는 언어·인종·종교와 상관없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문화이자 놀이다. 일본은 장켄폰, 중국은 차이차이차이, 영국은 록 페이퍼 시저스, 미국은 로샹보, 독일은 슈니크 슈나크 슈누크, 튀르키예는 카이트 타시 마카스라고 부른다. 앞과 뒤로 나뉘는 동전 던지기와 달리 가위-바위-보가 서로 맞물려 이기고 지는 만큼 절대 승자도 패자도 없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선생은 2005년 펴낸 ‘가위바위보 문명론’에서 “반은 열리고 반은 닫힌 가위가 있기에 비로소 주먹과 보자기는 양국의 문명대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한국(가위), 중국(보자기), 일본(주먹)의 동북아 3국이 서로 공존과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새 문명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캐나다 토론토의 세계가위바위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바위를 낼 확률이 35.4%, 보는 35%, 가위는 29.6%라고 한다. 그러면서 초보자에게는 보를 내고, 베테랑에게는 가위를 내고, 비겼을 때는 이미 낸 것에 지는 것을 내라고 조언한다. 가위로 비겼다면 상대는 다음에 바위를 낼 테니 보를 내야 이긴다는 것이다. 중국 저장대 연구팀은 연속된 게임에서 바위→보→가위 순으로 손을 바꿔가는 경향성을 발견했다.

□ 가위바위보는 K방산의 흑역사로 남아있다. 2020년 38억 원 규모 다목적 무인차량 시범사업을 놓고 국내 굴지의 방산기업이 겨뤘는데 양측 모두 성능기준을 충족한 데다 입찰가로 0원을 써내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가위바위보로 종지부를 찍었다. 육군의 숙원사업을 웃음거리로 만들며 공정성 시비를 자초했다. 정부 정책을 이처럼 무책임하게 결정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 논란의 그 사업이 재개됐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병력보호, 정찰, 수송을 도맡아 미래 지상전의 핵심으로 꼽힌다. 496억 원 규모의 1차 사업에 더해 시장 선점과 향후 2·3차 사업까지 감안하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5년 전과 같은 업체 두 곳이 다시 뛰어들었다. 평가방식을 놓고 벌써부터 잡음이 들린다. 더 이상 잡음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 국방을 신뢰할 수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에서 최종 결선까지 살아남은 두 참가자가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김광수 논설위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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