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신공항 건설·취수원 이전 사업 등 표류 더 이상 안 된다”
행정 공백 장기화 위기 속 책임·역할론 커지는 대구시의회
(시사저널=김성영 영남본부 기자)
홍준표 전 시장의 조기 퇴임으로 대구광역시는 일 년이 넘는 시장 권한대행 체제란 유례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핵심 사업의 상당 부분이 표류하는 등 대구가 "정지돼 있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 공백이 현실화하면서 대구시의회의 책임·역할론도 커졌다. 시사저널은 9월18일 대구시의회 최초 연임 의장인 이만규 의장을 만나 막혀있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사업과 행정 통합, 식수 문제 등 대구 핵심 현안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또 민생과 청년 등 당면 문제도 짚어봤다. 이 의장은 대행 체제의 의사결정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시민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현 상황에 대해서는 "마부위침(磨斧爲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의 심정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 공백 상황, 대립보단 '실용적 협치' 필요"
핵심 사업인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시장 권한대행 체제, 재정 문제, 정치적 상황까지 녹록지 않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TK신공항 예산은 민간공항 설계비 318억원이 전부다. 대구시가 요구한 공자기금 2795억원은 반영되지도 않았다. 반면 가덕신공항은 6890억원이나 반영됐다. 이것이 현주소다. 아쉽게도 최대 숙원인 TK신공항 사업이 사실상 재원 확보가 안 돼 전면 재검토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업 추진에 대한 입장 번복은 안 된다. 국가 정책의 신뢰성과 공정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TK신공항 건설 사업은 단순한 SOC 사업이 아닌 민·군공항 통합이전 사업이다.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재정 부담이 지자체에 지나치게 가중돼서는 안 된다. 또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겨온 숙원 과제이기에 그것을 실현하는 데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지역균형발전과 항공물류허브로서 대구·경북의 잠재력을 강조해 왔다. 또 TK신공항의 2030년 개항을 전폭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가 입장을 번복해선 안 된다. 특히 안정적 재정 지원을 결단해야 한다."
취수원 이전 문제는 30여 년을 돌고 돌아 제자리다. 구미시와의 갈등 봉합도 과제다. 해법이 없겠는가.
"물은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이자 삶의 토대다. 그래서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계획과 조사, 협의와 변경을 반복해온 건 유감이다. 시민들에게는 복잡한 절차나 명분보다는 '언제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나' 하는 현실적 대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취수원을 이전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유사시 대체 취수원 확보 등 취수원 다변화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구상이 필요하다. 정부도 대구 시민들의 걱정을 무겁게 인식하고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이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 시의회도 구미시와의 대화 등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이겠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정부의 '5극 3특' 정책 등으로 자체 추진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정부의 5극 3특 정책은 대구와 경북이 앞서 추진한 행정통합 논의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지역이 중심이 돼 초광역 메가시티를 구축하고, 특화 전략으로 국가 전체의 균형 있는 성장을 이끌겠다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은 5극 중 하나인 대경권의 중심축이자 기존 산업 기반과 인구구조, 역사적 연계성이 깊은 지역이다. 지금까지 논의됐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취지를 정부의 5극 3특 정책 기조에 맞춘다면 오히려 더 정밀하고 세밀하게 통합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행정통합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공동 운영이 가능한 영역부터 통합을 추진해 광역권 공동 기능의 효율화에 초점을 두면 설득력도 높아진다. 강의 물줄기가 커질수록 그 힘이 더 강력해지는 것처럼 규모의 행정·경제가 가진 장점은 매우 강력하다."
대구가 '정지돼 있다'고 한다.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다. 시의회의 책임과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대구가 정지돼 있다고 하면 각자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맥이 빠질 것이다. 행정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이의 헌신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성실한 노력들이 부정돼서는 안 된다. 권한대행 체제는 과도기적 성격이기에 의사결정을 하는 데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 지체와 혼선을 없애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행정의 연속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의사결정 체계가 작동해야 하고, 민의(民意)의 결집이야말로 의사결정의 가장 큰 추진력이 된다. 시장 공백 상황에서 대립보다는 '실용적 협치'가 필요하다."

"전통산업 의존 따른 청년 유출 문제 심각"
민생회복은 국가적 화두지만 대구 역시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현안이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세 차례 택시 운전대를 잡고 민생탐방에 나선 바 있다. 서민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더 팍팍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를 독려하는 공공의 마중물 역할이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추진돼 지역 상권에 작은 활력이 생겼다. 효과의 지속성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가 이달부터 대구로페이 할인 혜택을 기존 7%에서 13%로 늘렸다. 충전 보유 한도도 1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기회가 있으면 과감하게 밀어주고 골목상권과 지역 상공인이 주저앉지 않도록 따뜻하게 받쳐주는 것이 행정과 정치가 해야 하는 일이다. 경기 부양책이 단기 처방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여건과 시민 눈높이에 맞춘 창의적 정책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중장기적 연계 정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청년이 떠난다. '청년이 살고 싶은 대구'를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지방은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다. 올 상반기에만 약 3200명의 청년이 대구를 떠났다. 순유출이다. 이 중 20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도권 중심의 성장 정책으로 지역 인구 감소는 물론 특히 청년 인구 유출은 더 심각한 문제란 점에 인식을 같이한다.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하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 유치와 주거환경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 대구가 전통산업 도시에서 AX· AI모빌리티·로봇·UAM 등 미래산업 도시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매력적인 일자리가 창출되면 청년 인구 유입도 가능하다. 세계화 시대에 지역에서도 글로벌 감각을 키우고, 자신의 지역과 문화를 사랑하고 가꾸는 '글로벌 로컬리티'가 이 시대 청년들의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
대구 첫 전·후반 연임 의장인데, 대구의 현안과 대구의 저력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전통산업 의존과 청년 유출, 저성장 등 대구가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대구는 튼튼한 제조업 기반과 우수한 교육 인프라, 풍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공동체 의식과 자부심이 강하다. 위기 때 협력과 연대가 빨랐던 저력도 갖고 있다. 이 같은 대구만의 장점을 살리고 혁신적인 변화를 추진한다면 충분히 재도약할 수 있다. 마부위침(磨斧爲針), 도끼를 갈아서도 바늘을 만들 수 있듯 아무리 험난한 현실이라도 끝까지 인내하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치권과 행정 그리고 시민이 한마음으로 연대하면 대구의 미래도 반드시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희망은 다가올 내일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함께 걷는 길 위에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의회는 올해도 변함없이 시민들을 위한 시정을 펼치기 위해 시민과 함께 걸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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