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비판 언론을 대하는 4단계 전략

홍주환 2025. 9. 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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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와 '낙인', '겁박' 그리고 '무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비위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한 방식은 이렇게 4단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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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1단계 : 취재를 피해라

지난 4일, 뉴스타파는 김 원내대표의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① 김 원내대표가 차남의 대학 편입 문제 해결에 공무원인 국회 보좌 직원과 소속 지역 구의원을 부당하게 동원했다. ② 차남이 김 원내대표와 친분이 있는 한 중소기업 측으로부터 이례적인 특혜성 지원을 받아 대학에 편입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사실이라면, 국회의원으로서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이니 공익적 보도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보도를 준비한 취재진은 '언론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특정 취재원이나 정보 출처에 기대지 않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인물을 취재해 사실 관계를 교차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김병기 의원실 보좌진과 이지희 서울 동작구의원이 대학 편입 절차를 문의할 목적으로 숭실대를 방문한 사실 등을 파악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로 공적 데이터를 확보해 '차남이 중소기업에서 받은 (기업의 승인과 등록금 지원이 필수인) 대학 계약학과 편입 기회는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뉴스타파는 취재된 의혹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당사자인 김 원내대표 측에 연락했고, 정확한 해명과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에게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보도 약 2주 전 서면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만약 김 원내대표가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한다면, 당연히 뉴스타파는 보도를 재고할 예정이었습니다. 여당 원내대표라는 막중한 공적 지위에 있었기에 제작진 모두 그가 설령 대면 인터뷰는 거절하더라도, 서면을 통한 해명 정도는 하리라 기대했습니다.

기대는 좌절됐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전면적인 취재 회피로 일관했습니다. '답변을 하지 않겠다', '취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었습니다. 질의서를 보낸 뒤부터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의 연락을 아예 받지 않았습니다. 질의서에 적은 뉴스타파 기자들의 연락처, 카카오톡·텔레그램 계정을 아예 수신 차단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이 사안의 언론 대응 담당자로 확인된 오 모 보좌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포기하지 않고, 민주당 원내대표실까지 찾아 직접 질의서를 전달했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김 원내대표 아들의 대학 편입 문제를 알아보러 다닌 이지희 구의원은 최초 통화에서 '뉴스타파'라는 말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고, 그때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연락처 수신 차단도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김 원내대표 측과 미리 언론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중요 취재 대상의 입장이나 설명이 없이 보도하는 것은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자칫 기사가 불균형해 보일 수 있고, 당사자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정보값이 빠지며 기사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언론으로서는 기사의 균형성과 정확성을 높일 기회를 하나 잃는 셈입니다.

그래서 김 원내대표 측은 마치 '우리가 아무 답변도 안 하면, 차마 기사를 못 내겠지'라고 생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식의 언론 대응, 참 많이 겪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실'이 딱 이랬습니다. 

2단계 : 가짜뉴스로 낙인찍어라

권력자의 의도적인 취재 회피가 보도를 막는 수단으로 쓰일 순 없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첫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바로 몇 시간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입장문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빨리 입장을 밝힐 거라면, 지난 2주 동안 왜 계속 취재에 불응한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입장문은 뉴스타파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주장만 떠들썩할 뿐 논리는 박약했고, 근거는 빈약했습니다. 만약 취재 과정에서 이런 식으로 답변했다면, 분명 뉴스타파는 '논점 흐리지 말고 제대로 다시 답하라'고 회신했을 겁니다.

먼저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 보도를 두고 "정치기획 냄새가 난다"며 "(내가) 개혁 입법을 책임지는 여당 원내대표임을 깨닫고 쓴웃음이 났다"고 썼습니다. 또 "뉴스타파의 보도는 기본적인 배경과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가짜뉴스의 전형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뉴스타파가 민주당의 개혁 입법을 좌절시킬,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내보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첫째, 뉴스타파 보도 중 어디서 '정치 기획의 냄새'를 맡았다는 것일까요. '보좌진·구의원이 학교를 찾아와 편입 방법을 문의했다'고 한 여러 숭실대 직원들인 걸까요. 아니면, 전 직원 중 오로지 차남에게만 계약학과 편입의 기회를 준 중소기업과 그 사실이 담긴 정부 공식 자료일까요.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뉴스타파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설명했듯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① 김 원내대표가 차남의 대학 편입 문제 해결에 보좌진과 구의원을 부당하게 동원했다. ② 차남이 대학 편입을 위해 김 원내대표와 친분이 있는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특혜성 지원을 받았다. 만약, 이 의혹이 허위라면, 해당 보좌진과 구의원은 김 원내대표 차남의 대학 편입을 알아보지 않았어야 합니다. 또 차남이 중소기업에서 받은 지원은 통상적인 것이어야 하고, 김 원내대표는 이 기업 대표와 연관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제기된 의혹을 하나도 반박하지 못했고, 핵심과 동떨어진 내용들로 입장문을 채웠습니다. 차남이 '졸업 못 한' 미국 대학은 총 4학기 이수가 졸업 요건인데 이 중 2학기가 아니라 3학기까지는 다녔다, 성적이 우수했다, 중소기업에서 지원받은 등록금 액수가 뉴스타파 보도상 수치보다 약 100만 원 적다는 주장 등입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는 이런 세부 정보에서 오류를 저질렀으니, 기사 자체가 허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비유하자면, 국회의원이 자기 집 음식물 쓰레기를 보좌진에게 버리게 한 갑질 의혹을 보도했더니 '음식물이 아니라 재활용 쓰레기였다'며 가짜뉴스라고 하는 꼴이었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입장문. 뉴스타파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3번에서는 뉴스타파의 취재 때문에 차남이 최근 다니던 가상자산 회사(빗썸)에서 잘렸다고 주장했는데, 거짓말이었다. 차남은 지난 6월 말 그만뒀는데, 뉴스타파가 빗썸에 처음 연락한 것은 7월 중순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추가 입장문도 냈는데, 여기서도 똑같았습니다. 앞서 뉴스타파는 보좌진과 이지희 구의원이 2022년 4월 27일 숭실대를 찾아 편입 방법 등에 대해 문의했고, 김 원내대표 차남은 대학 계약학과 편입 조건인 '산업체 재직 최소 10개월'을 채우려 같은 해 5월부터 중소기업에서 일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추가 입장문에서 '차남은 5월이 아니라 4월 27일 이전 중소기업에 입사했다'며 이게 또 뉴스타파 보도가 허위인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김 원내대표 차남은 2022년 5월이든 4월 27일 이전이든, 애초에 대학 편입 지원을 조건으로 해당 중소기업에 입사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도 최초 입장문에서 인정한 사실입니다) 이후 차남은 2023년 3월 숭실대에 편입했는데, 원서를 넣기 전까지 김 원내대표 측은 숭실대, 국민대, 명지대 등 여러 대학을 놓고 고민 중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차남이 대학 편입을 준비하던 시기, 보좌진과 구의원이 편입 후보군에 있는 대학을 찾은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자녀의 학업 문제라는 지극히 사적인 일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등 권력을 남용했다는 의혹도 유효합니다. 도대체 어디가 허위 보도라는 건지 전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외에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 보도가 허위·왜곡이라는) 근거 자료를 갖고 있다", "취재 의도가 심히 의심돼 뉴스타파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자료·근거도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아무 근거 없이, 막무가내로, 언론의 의혹 제기를 정치적 공격 목적의 가짜뉴스로 낙인찍는 행태, 역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떠오릅니다.

3단계 : 소송으로 겁박해라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를 향해 "법정에서 보자"고도 했습니다.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한 것인데요. 법정에 가려면 김 원내대표 측은 뉴스타파 기자들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거나 정정보도·위자료 청구 등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걸어야만 할 겁니다.

하지만 보도 후 약 1달이 지났지만, 김 원내대표 측으로부터 법적 대응과 관련된 연락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단언컨대, 사법부가 뉴스타파 보도를 허위로 판결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대법원 판례(2003다52142, 2018도17427 등)를 보면, 허위 보도가 되기 위해선 보도의 '주요 부분'과 '전체적인 내용'이 거짓으로 입증돼야 합니다. 입증 책임은 김 원내대표 측에 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월, '국정원 장남 채용 청탁 의혹'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도 법적 조치를 예고한 적이 있는데요. 확인해보니, 고소하고 얼마 뒤 바로 취하했다고 합니다. 정말 허위 보도라고 판단해 입증에 자신이 있었다면, 취하할 이유가 없었겠죠.

그렇다면 김 원내대표는 왜 계속 '소리만 요란한 으름장'을 놓는 것일까요. 그가 입장문 말미에 쓴 문장에서 나름의 이유를 짐작해 봅니다. "끝으로 한 가지 부탁드립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법적 대응을 원치 않습니다. 부디 가짜·유언비어를 유포하지 말아주십시오."

법적 대응 엄포는 뉴스타파만을 겨냥한 게 아니었습니다. 차남 관련 의혹을 취재하거나 보도할 가능성이 있는 언론 전체를 겁박하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그래서 앞선 문장은 다음과 같이 달리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하지 말고, 취재도 하지 말아라. 만약 그러면, 소송을 걸 수 있다.'

물론 알맹이 없는 으름장이지만, 당장 그 진위를 모르는 다른 언론으로서는 실체가 있는 위협으로 느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많은 기자들이 뉴스타파가 정말 소송에 걸린 줄 알고 있습니다. 소송 위협으로 언론을 위축시키는 것 역시 윤석열 정부의 장기였습니다.

4단계 : 무시해라

이런 3단계 언론 대응에도 불구하고, 뉴스타파는 취재와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9일, 뉴스타파는 이지희 구의원이 김 원내대표 차남의 대학 편입 문제를 입시 컨설턴트와 상담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김 원내대표 측이 구의원을 사적인 일에 동원한, 권력 남용 정황의 물증이 나왔습니다. 이어 18일에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김 원내대표 차남만을 위한 맞춤형 채용 공고를 내고, 실제 채용했다는 의혹도 보도했습니다. 채용 공고 시점은 빗썸 임원진과 김 원내대표가 사적인 만남을 가진 직후였습니다. 역시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회의원으로서 자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기업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채용 과정에 정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이처럼 뉴스타파가 취재를 멈추지 않자, 김 원내대표는 완전한 무시 전략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런 기사가 언제 나온 적이 었었어?'라는 듯 뉴스타파 보도를 모른 척했고, 더 이상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정치부 기자들을 통해 김 원내대표 측이 차남 의혹과 관련한 언론 질의는 일절 받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침묵과 무시로 깔아뭉개면, 묻힐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요. 현재 다른 언론은 뉴스타파 보도를 직접 인용하길 꺼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마저 차남 의혹에 대해 입을 다물면, 그의 말에 기댄 인용 보도도 사라지겠죠. 그럼 이 의혹을 언급한 기사는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때마침 상황도 김 원내대표를 돕는 듯합니다. 여러 정치·사회 현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권성동 의원의 구속, 통일교의 국민의힘 개입 의혹,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논란 등이 터졌고, 여야의 강대강 대립도 심화됐습니다. 이런 굵직한 사안들이 뉴스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제기한 김 원내대표의 비위 의혹은 어느새 포털 등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 원내대표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푸념만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뉴스타파는 이 정적을 깨고, 김 원내대표의 책임 있는 설명을 듣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차남 김 모 씨의 모습. (출처 : 유튜브 김병기TV) 뉴스타파는 김 원내대표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차남의 학업과 취업을 부당 지원해 준 의혹을 취재·보도하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언론 개혁 이끌 자격 있나

현재 민주당은 언론 개혁의 일환으로 '허위조작정보 퇴출법'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여기에는 언론중재법과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허위·왜곡 보도를 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하는 등 보다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도 포함됩니다. 

이 법을 최전선에서 추진하는 사령탑이 바로 김 원내대표입니다. 그는 지난 21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 국회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국민 피해를 구제·해소하기 위해 '가짜정보 근절법', '사법개혁법' 같은 개혁 입법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가짜정보 근절 관련법은 올해 11월경 처리를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의혹 취재는 의도적으로 회피해 기사화를 막고, 그래도 안 되면 가짜뉴스 낙인과 소송 겁박으로 확산을 저지하고, 침묵마저 무기로 이용하는 '후진 언론관'의 권력자에게 언론 개혁이라는 우리 사회의 중요 과제를 맡겨도 괜찮은 걸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이라도 김 원내대표는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놔야 할 것입니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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