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 (263) “나를 따르라…이 산이 아닌가벼”

이혜림 기자 2025. 9. 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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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지는커녕 자충수 쌓여
정부·여당 향한 견제 방향성 중요
자칫하면 당원·대의명분 둘다 잃어
이혜림정치부장

1980년대 유머집에 나폴레옹 관련 시리즈가 하나 있다. 나폴레옹이 100만 대군을 이끌고 알프스산맥을 넘어가던 중 병사들에게 앞의 산을 점령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은 눈보라와 추위를 뚫고 그 험준한 산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으나 나폴레옹은 갑자기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외쳤다. 이 말은 들은 병사 50만 명이 지쳐서 죽어버렸다. 나폴레옹은 남은 병사들에게 다른 산을 점령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병사들이 새로 지목된 산을 점령하자 나폴레옹은 "아까 그 산이 맞는가벼"라고 외치자 남은 50만 명도 기가 막혀서 죽었다는 내용이다.

최근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의 행보가 거침없다. 밖으로는 장외집회를 통해 여권의 '실정·독주'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원내에서는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모든 법안에 적용하는 '극약 처방'까지 강행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시작했다. 당 추산 7만여 명이 운집한 이 집회는 2020년 1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의 불법성을 규탄하기 위해 광화문 앞에서 열린 집회 이후 약 5년8개월 만에 국민의힘이 개최한 장외 집회다. 다음날에는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알리는 지역 여론전을 이어갔다. 28일에는 서울에서 집회를 다시 열었다.

26일부터는 닷새간 이어질 필리버스터도 시작했다. 여권의 '검찰 해체' '이진숙 방송통신위 폐지' 등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직접 알린다는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비쟁점 법안 69개에 대한 필리버스터 진행도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의 행보는 절박함을 넘어서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과연 이 산이 맞을까. 국민의힘은 결연한 의지와 행동을 보이지만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9월 첫째 주 63%를 기록했다. 넷째 주 지지율은 55%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50%를 웃도는 수치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78%), 인천·경기(58%), 서울(54%) 등 대구·경북(39%)과 부산·울산·경남(43%)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과반 지지율을 보였다.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 평가한 이유로는 외교가 2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민생(15%), 소통(9%), 전반적으로 잘한다(8%)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서는 30%가 긍정, 51%가 부정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여론의 지지는커녕 자충수만 쌓이는 모양새다.

김정재 의원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경북산불 특별법을 표결과정에서 "호남에서는 불이 안 나나"라고 소리 지른 바 있다. 그는 이에 대해 "표결에서 노란색(기권)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재난에 영·호남이 어디 있느냐, 다들 찬성 표결에 동참해달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 해명했으나 부족해 보인다.

앞서 22일에는 경산에서 장 대표가 현장 최고위를 연 뒤 경산시의 한 업체를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랑 협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졌으며 당시 경산의 업체를 찾아간 것도 생뚱맞다는 의견이 다수다. 아울러 지역정치권에선 계속되는 대규모 집회에 당원들이 자비와 시간을 들여 동원되며 피로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야당의 책임은 당연히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과연 이 방향이 맞는지 쉼 없이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산이 아닌가벼"하는 순간 정치는 병사(당원)을 잃을 뿐만 아니라 대의명분도 사라지고 우스운 꼴만 남게 된다.

이혜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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