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의 거침없는 승소 행진…입국 금지 풀리나
법정에선 ‘억울한 피해자’, 국민 눈엔 ‘배신의 아이콘’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유승준(스티브 유)이 8월28일 세 번째 비자 발급 소송에서도 승소하며 거침없는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자 LA총영사관이 불복해 9월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유승준의 법정 다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과연 그는 끝내 법으로 한국 정부를 굴복시키고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
군 복무를 약속했던 유승준은 2001년 말 입대를 앞두고 출국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당시 '일본과 미국 공연 일정이 끝나면 바로 귀국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해 병무청 승인을 받고 출국했지만, 귀국 대신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다. 병무청을 속인 셈이다. 당연히 병역 기피 논란이 일었고 범국민적 분노가 터졌다. 그러나 그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직접 처벌할 방법은 없었다.

세 번의 승소, 그러나 굳게 닫힌 대중의 마음
그나마 가능한 조치는 입국 금지였다. 해외에서 자유롭게 사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자신이 버린 나라, 국민이 공분하는 한국에는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병무청 요청을 받은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출입국관리법 11조를 근거로 그의 입국을 막았다. 그럼에도 그는 2002년 2월 공분 여론이 뜨거운 상황에서 대담하게 입국을 시도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서 6시간을 머무른 뒤 결국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때부터 '스티브 유'가 된 유승준과 한국의 인연은 끊겼다.
해외에서 지내던 그는 2015년 돌연 한국행을 원하며 LA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LA총영사관이 재외동포 비자(F-4) 발급을 거부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고, 2020년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유승준이 승소했다. 당시 LA총영사관이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이후 그는 다시 비자를 신청했지만, 이번에는 LA총영사관이 절차를 제대로 밟아 거부했다. 그러자 그는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11월 대법원에서 또다시 승소했다.
하지만 비자 발급 거부가 이어지자 그는 2024년 9월 세 번째 소송을 냈고, 올해 8월 1심에서 또 승소했다. 언뜻 보면 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대단한 인권 투쟁을 하는 듯 보인다. 그는 자신이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국민은 그의 주장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유승준이 억울하다는 건 곧 한국이 그에게 부당한 가해를 했다는 뜻인데, 정말 그럴까?.
법원 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2015년 첫 소송 1심 재판부는 "유승준이 입국해서 방송연예 활동을 계속할 경우 군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하며, 입대를 앞둔 청소년들에게 병역의무 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어 헌법 제3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 수행에 지장을 가져오고, 나아가 영토의 보전을 위태롭게 하며 대한민국의 준법 질서를 어지럽힘으로써 대한민국의 이익, 공공의 안전, 사회질서 및 선량한 풍속을 해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즉, 유승준이 한국의 국익을 해친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유씨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 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비자 발급 거부 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유승준)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며 "입국이 허가돼 원고가 국내에서 체류하게 되더라도 격동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성숙해진 우리 국민의 비판적 의식 수준에 비춰 원고의 존재나 활동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판결이 엇갈리자, 인터넷 여론에서는 전자의 논리를 지지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유승준의 입국이 병역과 국가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리고 군심을 흔들 수 있으니, 입국 금지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유승준은 다른 병역기피자도 많다며 자신만 차별당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에게 공분이 집중된 건 사실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바른 생활 청년' 이미지로 국민적 사랑을 받은 대스타였다. 그랬기 때문에 여타의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혜택을 누렸다. 그런 스타가 한국을 버렸을 때 우리 국민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자연히 분노가 폭발했고, 한국 정부는 그런 국민 정서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법으로 풀 수 없는 한국인의 상처
법원에선 '격동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성숙해진 우리 국민의 비판적 의식 수준'에 따라 유승준 입국으로 인해 한국에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여론을 보면 공분이 충분히 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유승준에 대한 공분이 잦아든 상태를 '성숙'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그럼 분노한 국민은 미성숙하다는 말인가?
2021년 모종화 당시 병무청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스티브 유는 국내 활동을 하면서 영리를 획득하고 신체검사도 받고, 입영통지서까지 받은 상태에서 미국 시민권을 딴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다른 많은 병역기피자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했다. 또 "스티브 유는 병역 면제자가 아닌 기피자" "국외 여행 허가 신청서에 공연이라고 쓰고 나가 병무청과의 약속을 어긴 사람으로 한국인이 아니라서 처벌을 못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그의 문제가 논의됐다는 것 자체가, 그가 일반 병역기피자와는 차원이 다른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라는 걸 말해 준다.
유승준이 거침없는 승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가 쉽게 굴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이 그를 용서했다면 법원 판결대로 비자가 발급됐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이기에 선뜻 입국 허가를 못 하는 것이다. 이 사안은 결국 대중의 '정서법'에 달린 문제다.
공익에 해가 되느냐 여부 ㅈ역시 여론이 가른다. 대중이 문제 삼지 않으면 그의 입국은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분과 반발이 크면 공동체에 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유승준이 설득해야 할 대상은 판사가 아니라 국민이다. 한국인에게 용서를 받으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 그러려면 진정성 있는 반성이 우선이다.
그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법으로만 맞서며 자신을 억울한 피해자로 강조한다. 이는 반성과는 정반대 행보다. 이런 태도라면 설령 법정에서 승소 행진을 하더라도, 한국 사회가 그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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