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너무 비싸” 오피스텔로 시선 돌리는 2030세대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2025. 9.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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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불안에 대출 규제 겹치자 수요 이동…임대수익률 오르면서 거래량도 급증
입주 절벽 속 중대형 ‘아파텔’ 선호 현상도…전문가 “옥석 가리기 필요”

(시사저널=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은 최근 '오피스텔 타운'으로 변모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쇠락한 상권으로 방치됐던 일대가 이제는 50여 개 오피스텔 단지로 채워졌다. 대학가를 찾는 20대와 직장 근처를 원하는 30대 사회 초년생들이 주요 수요층이다. 임대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며 대학가 월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 수요가 집중되면서 24시간 보안·관리 시스템이 핵심 매력으로 부상했다. 기존 대학가 원룸이나 투룸보다 월세가 10만~20만원 비싸지만 '안전비용'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20대 대학원생 김아무개씨(29)는 "아파트 전세는 가격도 부담스럽고 사기 위험까지 걱정된다"며 "역세권 오피스텔은 월세가 비싸도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하면 선택할 만하다"고 말했다.

홍대·건대·신촌 등 다른 대학가에서도 오피스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여의도·강남 같은 주요 업무지구 인근 역시 비슷하다. 직장 가까운 곳에 살고 싶지만 아파트는 부담스러운 청년층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오피스텔이 2030세대의 주거 대안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아파트 진입장벽이 높아진 데다 전세시장 불안까지 겹치면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고 규제에서 자유로운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요 증가는 임대수익률 반등과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며 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4월2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업체에 게시된 오피스텔 임대 관련 정보 ⓒ연합뉴스

이대 앞 '오피스텔 타운', 대학가 월세 1위

2030세대 수요가 확대된 배경에는 전세시장의 변화가 있다. 전세계약이 불안정해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청년층은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는 본래 월세 중심으로 운영돼온 오피스텔의 흐름과 맞물린다. 낮은 보증금 구조와 관리·보안 시설, 역세권 입지 등이 결합된 오피스텔은 2030세대 생활 패턴과 잘 맞아떨어졌다. 전세를 피하려는 성향과 월세 선호가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오피스텔로 발길이 옮겨간 것이다.

오피스텔 임차 수요가 늘며 자연스레 임대 수익을 위한 오피스텔 매매도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실제 임차 수요 증가로 수익률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연 4.8%로, 전년 동기(4.64%) 대비 0.16%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3월(4.82%)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18년 초만 해도 연 4.85% 안팎으로 높았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21년 4.55%대까지 떨어졌다. 공급 확대와 매매가 상승이 겹치며 수익률이 압박을 받은 시기다. 2022년 이후 반등세로 돌아서 올해는 다시 4.8%를 넘어섰다. 매매가격 상승세보다 월세 오름세가 두드러지면서 수익률이 개선된 결과다.

임대수익률 상승은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8803건으로, 전년 동기(7593건)보다 15.9% 늘어났다. 2023년 5835건까지 줄었지만 지난해부터 반등을 시작하더니 올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205건)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단순한 기저효과가 아니라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량 회복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3억356만원으로, 전월(3억54만원) 대비 1.0% 올랐다. 월간 기준 1% 이상 상승한 건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종로·용산·중구 등 도심권에서 오름세가 두드러졌고, 면적별로는 공간 활용도가 높은 중대형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1인 가구 증가도 오피스텔 선호에 한몫

업계에서는 임대차 시장뿐 아니라 매매시장에서도 2030세대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 아파트값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근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자 오피스텔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내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됐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0억원대인 현실에서 대출만으로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구조다. 반면 오피스텔은 주택법상 준주택이어서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1인 가구 증가도 오피스텔 수요를 지탱하는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2030세대(20~39세) 비중은 약 32~36.9%다. 세 집 가운데 한 집 이상이 청년층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청년층은 오피스텔을 단순한 투자처가 아니라 주거 대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1년 티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대의 80%, 30대의 70%가 오피스텔 구매 목적을 '주거용'이라고 답해 40~60세대(50% 내외)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가 오피스텔 시장의 기반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트렌드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소형 원룸형이 주류였던 오피스텔 시장은 전용면적 40~60㎡ 규모 중대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과 생활 패턴 변화로 1~2인 가구라도 거실과 침실을 분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이다. 소형보다 월세 부담은 크지만 쾌적성과 공간 활용도를 고려해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부가 바닥난방과 발코니 설치, 커뮤니티 시설까지 허용하면서 사실상 아파트와 차이가 없는 주거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급 감소로 인한 희소성도 거래와 가격 상승을 이끄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서울은 입주 절벽이 뚜렷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지난 10년 연평균 1만7000실을 웃돌았지만 올해는 4456실, 내년엔 1417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파트 규제가 여전하고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체재인 오피스텔 수요가 꾸준히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거래량 증가에도 금리 변동과 경기 흐름에 따라 매수 심리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적된다. 환금성이 아파트보다 떨어지는 만큼 유동성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입지에 따라 임대 수익 차이가 크고, 대출 조건 역시 천차만별이어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오피스텔 수요가 단순한 투자 목적을 넘어 실거주 선택지로 확장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전세 사기와 월세 전환 등 구조적 요인에 의존한 회복세이니만큼 안정적인 성장세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오피스텔에도 입지와 조건을 꼼꼼히 따지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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