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특·대→XXL·XL·L’…정부 ‘달걀 중량규격’ 개편에 생산자단체 반발
‘XXL·XL·L·M·S’로 변경계획
껍데기에 구체적 등급 표시도
포장재 교체…소비자 부담 증가
공청회 생략 일방적 추진 비판


달걀 중량규격이 ‘왕란·특란·대란·중란·소란’ 대신 영문 표기인 ‘XXL·XL·L·M·S’로 바뀔 전망이다. 기존엔 등급판정을 받은 달걀은 껍데기에 ‘판정’이란 글자가 찍혔지만 앞으로는 구체적인 등급(1+·1·2)이 적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1년 만에 달걀 등급판정 기준을 이같이 전면 개편하기로 하면서 생산자단체와 관련 업계에선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10월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가칭)을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간 달걀 등급판정과 관련해 미흡했던 점을 보완하고 축산물 유통 전반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아 발표하고자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축산법’에 따른 의무 등급판정 대상인 소·돼지와 달리, 달걀은 품질 차별화를 희망하는 업체에 대해서만 등급판정이 이뤄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왕란·특란·대란 등에서 어떤 달걀 규격이 더 큰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축산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달걀은 등급판정을 통해 품질등급과 중량규격이라는 두가지 기준으로 분류된다. 달걀 등급판정은 2001년 12월 대구경북양계축협(현 한국양계농협) 대구집하장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첫선을 보였다. 2003년 1월부터는 축산물등급판정소(현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정규사업으로 전환됐고, 정부는 2004년 2월 ‘축산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업계에 따르면 등급판정 달걀 비율은 2023년 6.9% 수준이다.
달걀 관련 단체는 정부 방침에 반발했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각각 23일·24일 성명을 통해 “현행 달걀 중량규격은 1970년대부터 전통시장에서 거래되던 명칭이 제도화된 것인데, 반세기 넘게 자리 잡은 명칭을 구태여 개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축단협은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유통 현장에선 이미 기존 규격에 맞춘 생산·포장·판매 체계가 갖춰져 있는데 이를 변경하면 포장재 교체나 소비자 대상 홍보 등으로 다양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단협은 “정부가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추진한다는 점을 공감한다”면서도 “현실적 여건과 비용 부담, 제도 시행에 따른 파급효과를 고려해 생산자·유통업계·소비자·학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필요하다면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 실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는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달걀산업 종사자와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한번 없이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달걀 중량규격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달걀산업을 경시·억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달걀 유통상인을 대변하는 한국계란산업협회도 불만을 표시했다. 계란산업협회 관계자는 “중량규격을 영문으로 표기하면 고령자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향후 생산자단체와 공청회를 여는 등 소통의 기회를 넓히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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