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 사법부가 침묵했다?'..."위헌성 분명히 밝혀"

김현우 2025. 9. 29. 04: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與 "계엄 주체 세력에 협조했을 확률"
법원행정처, 국회 답변서 "위헌·위법적"
계엄사 법무사무관 파견 요구 거부하고
일선 법원에 계엄 관련 지침 내리지 않아
천대엽(왼쪽) 법원행정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고영권 기자

"12·3 비상계엄, 서부지법 폭동 때 추상같은 대법원장 목소리는 없었다. 본인 의혹에는 빛의 속도로 반응한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17일 페이스북)

여권의 사법부 압박에는 12·3 불법계엄 당시 법원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 환송,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등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한 데다 계엄 사태를 대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태도에도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27일 '제2회 한국법학자대회' 축사에서 "법원은 비상계엄 관련 사건 재판의 역사적·시대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지난 12·3 비상계엄 직후 그 위헌성을 국회에서 분명히 밝혀 국민 다수의 민주·호헌 의식과 함께했음에도 사법부가 그 후 여러 혼란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계엄 직후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은 무엇일까. 당시 상황을 법원 입장을 토대로 짚어봤다.


대법 긴급회의 "비상계엄 위헌적"

대법원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조 대법원장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천 처장은 계엄 해제 이틀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헌법이나 계엄법, 포고령, 담화문, 판례에 비춰 봤을 때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 중에 저희가 상당한 의문을 가진 점들이 있었다"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천 처장은 계엄 해제 일주일 뒤 국회 답변에서도 "저희는 지금 이 사태가 위헌적인 군 통수권 행사라고 보고 있다"며 "의회의 합헌적이고 적시의 저항권 행사, 이를 뒷받침하는 시민들의 헌법 수호 의지와 노력을 통해 헌정질서가 조기에 회복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논란 이후 5월 국회 긴급질의에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어떻게든 윤석열(전 대통령)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천 처장은 다시 한번 심야 긴급회의를 언급했다. 그는 "대법원장께서 그렇지 않다는 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비상계엄 당일 저희가 간부회의를 했을 때 제일 먼저 위헌적이라는 발언을 꺼낸 분이 대법원장님"이라고 말했다.


계엄사 "법원사무관 파견" 독촉은 거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는 계엄사령부가 법원사무관 파견을 요구하며 대법원을 거듭 독촉한 사실도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12월 5일 "행정처는 계엄사 요청에 응하지 않기로 해 사무관을 파견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행정처는 12월 4일 새벽 1시부터 "5급 법원 사무관 1명을 파견해달라"는 계엄사 요청을 받았다. 계엄법은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에게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해당 기관에 필요한 인원의 파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계엄사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엄군사법원 설치를 위한 전 단계 시도 아니었겠냐'는 국회 질의에 천 처장은 "그렇게 의심된다"고 답한 바 있다.


4일 오전 "계엄 해제 국민과 함께 안도"

사법부의 공식 입장 발표는 없었을까. 천 처장은 계엄 해체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6시 30분 계엄 선포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계엄이 해제된 데 대해 국민과 함께 안도하는 바"라며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사명에 따라 본연의 자세로 추호의 흔들림 없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법부가 말을 아낀 대목은 '내란죄 성립 여부' 등이다. 천 처장은 계엄 해제 이틀 뒤 국회에서 '국회를 침탈한 상황은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란죄가 성립되는 범죄가 아니냐'는 전현희 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받자 "그 부분이 저희들이 상당한 의문을 가졌던 점 중 하나"라면서도 "재판을 맡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해당한다,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