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치매 판정후 운전 적성검사 응시자 95%가 통과, 계속 운전대 잡아
10명중 9명은 사실상 면허 유지
“치매 초기부터 길잃고 인지 저하
실제로 운전 가능한지 검사 보완을”

전체 치매 진단 환자 100명 중 6명가량은 임 씨같이 수시 적성검사를 신청해 운전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면허 갱신 시험을 치른 치매 환자의 95%가 합격하거나 판정을 유예받아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는 상태가 들쑥날쑥해 운전하기에 위험한데 제도가 지나치게 관대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시험 응시한 치매 환자 10명 중 9명 합격

치매 환자 100명 중 6명은 면허를 유지하기 위해 수시 적성검사를 받는다. 지난해 치매 환자 1만8568명이 운전면허 적성판정 대상자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임 씨처럼 진단서를 제출해 수시 적성검사를 받은 이는 1235명(6.7%)이었다. 나머지 8006명(43.1%)은 검사를 받지 않아 면허가 자동 취소됐고, 4988명(26.9%)은 사망 등으로 면허가 말소됐다. 4339명(23.3%)은 판정이 연기됐다. 지난해 치매 환자 중 1177명(6.3%)은 면허를 유지한 셈이다.
도로교통법 82조와 시행령 42조에 따라 치매는 법적으로 운전면허 결격 사유다. 운전자가 치매로 장기 요양 등급을 받거나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하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경찰청에 명단이 통보된다. 경찰청은 이들을 ‘운전 적성판정 대상자’로 지정하고 전문의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1차 통보에 응하지 않으면 2차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를 끝내 내지 않으면 한 달 뒤 면허가 취소된다.
도로교통공단은 진단서를 제출한 환자에 대해 운전적성판정위원회를 열어 수시 적성검사를 진행한다. 위원장·정밀감정인·내외부 위원 등 7명이 진단서와 자기질환기술서를 검토하고, 출석한 환자에게 증상과 운전 필요성 등을 질의한다.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합격’ 판정을 받으면 면허를 유지하고, 불합격 시 면허는 취소된다. 유예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1년 뒤 재검사를 거친다.
● “실차 주행평가 등 운전 능력 평가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치매는 초기 단계부터 인지 기능 저하와 길 잃기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실제로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병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는 약물 복용 여부 등 관리 상태에 따라 초기에도 운전에 지장을 주는 신체 현상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1명이 사망한 교통사고를 낸 74세 운전자 A 씨도 사고 직후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 2023년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뒤 3개월간 치료제를 복용하는 등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운전면허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결국 교통사고를 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실제 주행 환경에서는 운전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실효성 있는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본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량을 활용해 주행 평가를 실시하고, 인지 기능 검사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의료계와 학계 전문가는 물론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서와 함께 논의하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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