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안세영이 "끌려다녔다" 패배 인정…적수들 성장 → "점점 더 힘들어지지만, 나도 더 노력하겠다"

▲ 안세영이 28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500 코리아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에 실점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 삼성생명)이 안방 우승에 실패했다.

안세영은 지난 2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코리아오픈(슈퍼500) 여자단식 결승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 4위)에게 0-2(18-21, 13-21)로 패하며 정상 도전에 좌절했다. 대회 내내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상대를 압도했지만, 결승에서는 무거운 발놀림 속에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번 결과는 안세영에게 뼈아팠다. 2022년과 2023년 연속 우승으로 안방에서 셔틀콕 여제의 위상을 세웠던 코리아오픈에서 2년 만에 다시 정상을 노렸지만, 끝내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올해 맞대결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하며 14승 14패로 균형을 맞췄던 아카네와 상대전적도 이날 패배로 다시 열세로 내려앉았다. 최근 연승으로 만든 기세가 끊겼다는 점이 더 뼈아프다.

대회 전부터 중국의 왕즈위, 한웨, 천위페이 등 세계 최상위권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사실상 최대 난적은 야마구치였다. 예상대로 결승에서 성사된 맞대결은 초반부터 치열했다. 안세영은 첫 포인트를 따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곧 야마구치가 특유의 날카로운 드롭샷과 빠른 풋워크를 앞세워 흐름을 가져갔다. 넓은 코트 활용으로 좌우를 흔드는 공격에 수비가 좋은 안세영은 수세에 몰렸고, 이내 4-8로 점수가 벌어졌다. 결국 첫 인터벌을 6-11로 내주며 끌려갔다.

▲ 안세영이 28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500 코리아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에 실점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세영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특유의 수비 집중력을 되찾으며 긴 랠리를 버텼고, 과감한 스매시로 반격에 나섰다. 15점대에 접어들며 점수를 차근차근 좁혔고, 17-17 동점까지 따라붙으며 역전의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장기 랠리에서 체력이 빠르게 소모되면서 결정적인 순간 힘을 잃었고, 연속 실점으로 결국 첫 게임을 내줬다.

두 번째 게임도 흐름은 비슷했다. 안세영은 초반부터 몸놀림이 무거워 보였고, 야마구치의 예리한 코스를 끝까지 쫓아가지 못했다. 2-6으로 뒤지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포인트를 내줄 때마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표정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안세영은 끝내 상대의 빠른 템포를 따라잡지 못했다. 8-14로 격차가 벌어지자 안세영의 표정은 굳어갔고, 결국 흐름을 돌리지 못한 채 13-21로 무릎을 꿇었다.

쓰라린 패배에 느낀 점도 많다. 경기 후 안세영은 “야마구치가 완벽한 경기를 했다. 나는 끌려다니면서 힘든 경기를 펼쳤다”며 “안방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는데 꼭 이기고 싶었지만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안세영이 28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500 코리아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에 실점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 "초반 기세는 좋았지만 후반부 체력이 떨어지면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상대들이 점점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오고 있어 나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되지만 더 나은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안세영의 올 시즌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올 시즌 출전한 11개 국제대회에서 7번 정상에 올랐다. 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등 슈퍼1000 대회를 휩쓴 데 이어 인도오픈, 일본오픈, 중국오픈(이상 슈퍼750), 오를레앙 마스터스(슈퍼300)까지 제패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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