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 확인 못해 은행 대출 혼란… 부동산 거래 신고도 차질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온라인 행정 서비스 647개가 중단됐다. 이 중 436개가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서비스다. 전문가들은 “행정안전부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국민 행동 요령과 대체 사이트를 안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업무가 시작하는 월요일에 민원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번 화재로 우체국 택배 업무가 마비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량이 몰리고 있어 시민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주부 정모(58)씨는 “우체국 택배로 아들에게 한우와 생선을 보냈는데 상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체국은 이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금융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박상호(48·서울 동작구)씨는 “마트에서 우체국 체크카드를 쓰려다 결제가 거절돼 황당했다”고 했다. 대학생 A(20)씨는 “우체국에 예금이 다 묶여 있어 당장 밥값도 없다”고 했다. 우체국은 “금융 서비스는 28일 오후 9시에 복구했다”며 “택배·우편은 29일 오전 중 정상화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24’ 사이트와 무인 민원 발급기가 먹통이 되면서 주민등록등·초본, 토지·임야대장, 부동산 종합 증명서 등을 발급받으려는 시민들이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중단된 서비스 647개 중 211개는 공무원들이 쓰는 행정 전산망이다. 정부 부처 홈페이지와 공무원들이 문서 작성·결재 등에 쓰는 ‘온나라시스템’ 등도 먹통이 됐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공문을 보낼 방법이 없어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며 “보안이 걱정돼 중요한 문서는 출력해 공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은행에서는 카드 발급, 계좌 개설, 대출 심사 등 업무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사태로 주민등록증을 통한 신분 확인 서비스가 마비됐다”며 “주민등록증 대신 여권, 운전면허증 등을 갖고 와야 카드 발급 등 은행 업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은행에선 실물 주민등록증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일부 은행은 자체적으로 앱 서비스를 중단했다.
법원의 전자 소송 포털과 인터넷 등기소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다만 부동산·법인 등기부 열람·발급은 현재 정상 운영 중이다.
아파트 매매나 전세 계약 등을 하면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 시스템도 현재 접속이 안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고 시한을 넘기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급한 시민은 관할 지자체에서 신고할 수 있다”고 했다.
생계급여와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을 신청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복지로’ 사이트도 접속이 불가능하다. 복지부는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e하늘 장사 정보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화장장 예약도 불편해졌다. 화장장에 직접 전화해 예약해야 한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공공 입찰 사이트인 ‘나라장터’도 문제다. 나라장터는 정부나 지자체 등이 하는 공공 사업, 물품 구매 등 입찰이 진행되는 사이트다. 공공 입찰에 지원하려는 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소방 안전도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 신고는 119 전화나 문자로만 가능하다. 서버를 거쳐야 하는 스마트폰 영상 신고나 온라인 신고는 불가능하다. 119 신고를 하면 소방이 자동으로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하는데 그 기능도 이번 화재로 다운됐다.
경기도는 환경신문고, 교통불편신고, 청원24 등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전라북도는 주민들에게 긴급 재난 문자를 보내지 못했다. 발송 서버가 이번에 불이 난 정보자원관리원에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상황을 전파했다.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는 28일 복구됐으나 당분간은 실물 신분증을 챙기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신분증이 필요한 곳은 병원, 여객선 터미널 등이다.
인천공항은 정상 운영 중이다. 다만 공항 주차장 등에서 주차료 할인을 받으려면 장애인등록증, 국가유공자 확인서 등을 지참해 달라고 했다.
소비 쿠폰 서버는 정보자원관리원 대구 분원에 있어 화를 면했다.
전국 학교 1만2000곳과 시·도 교육청 17곳이 쓰는 나이스, K에듀파인 등 교육 시스템은 28일 정상화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성적 관리, 교무 업무 등이 마비될 뻔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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