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실장 “END 구상 통일부가 낸 아이디어”
자주파·동맹파 의견 ‘온도 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사실은 이 제안은 통일부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각 부처 제안을 취합해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지만, 핵심 키워드가 어느 부처 제안이었는지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위 실장은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E.N.D의 E는 ‘교류’고 N은 ‘(관계) 정상화’고 D는 ‘비핵화’”라며 “어디서 제안됐는지 궁금할 텐데 사실은 이 제안은 통일부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통일부 제안이 대통령실에 올라와서 저희가 그 틀을 그대로 받고 조금 수정을 가했다”는 것이다.
E.N.D 이니셔티브 공개 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교류와 관계 정상화가 비핵화보다 먼저 진전되면 ‘북핵 용인’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는 ‘두 국가론’을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는 정부 내 ‘동맹파’와 ‘자주파’의 대립설로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의 연설 후 ‘동맹파’로 분류되는 위 실장은 “(E.N.D에) 선후 관계나 우선순위는 없다”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 반면, ‘자주파’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맨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대화(교류)” “남북은 사실상의 두 국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통일부 제안을 대통령실이 조금 수정했다”는 위 실장의 발언은 자신이 ‘자주파’ 제안을 배척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동맹파와 자주파 간 ‘온도 차’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위 실장은 이날도 “E.N.D 순서대로 하는 것이 아니냐, 비핵화가 맨 나중 아니냐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글자를 쓰다 보니 그런 것이지 순서나 우선순위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비핵화를 포기한 적도, 포기할 생각도 한 적 없다”고 했다. 이는 “대화·교류가 먼저”라고 한 정 장관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자주파’에 동조하는 목소리는 대통령실에도 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E.N.D에는 순서가 있다. 관계 정상화 없이 갑자기 비핵화로 갈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위 실장은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깜짝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그냥 상상의 영역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렇게 될 개연성이나 조짐이 보이는 건 아직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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