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사이버 협박범까지 색출… 사설탐정 전성시대

김도균 기자 2025. 9. 2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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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너] 방첩사·국정원 출신 등 속속 합류
수사 막힌 경찰이 도움 요청하기도
탐정 수 4년 새 63% 늘어 1만명 육박

“이 사건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서울에서 민간 조사 기업을 운영하는 ‘사설 탐정’ 김윤환(34)씨는 몇 달 전 서울 지역 경찰서 수사팀에서 전화를 받았다. 중학교 3학년 A(15)양이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살해 협박을 받고 있는데, 누가 메시지를 보냈는지 찾기 어렵다며 경찰이 김씨에게 도움을 청해 온 것이다. 경찰은 A양 전 남자 친구인 B군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해 포렌식을 했지만 인스타그램 접속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사이버 보안 업체 출신인 김씨는 “요즘 10대들은 ‘다크 웹(dark web)’에 많이 접속한다”며 유행하는 우회 접속 프로그램 목록을 경찰에 건넸다. 김씨 조언대로 수사팀이 목록을 뒤지다 B군이 우회 접속 수단인 ‘토르(Tor)’를 사용한 기록을 발견했다. 인스타그램 미국 본사에서 받은 IP 기록과 B군 토르 사용 기록을 대조했더니 메시지 발송 시간대가 일치했다. 그제야 B군은 경찰에 자백했다.

사설 탐정들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한국에서 ‘탐정’이란 이름으로 영리 활동을 하는 게 허용된 건 지난 2020년 8월.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탐정 명칭 사용이 합법화된 후로 탐정 간판을 내건 곳이 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한국공인탐정협회(PIA)에서 자격을 취득한 사설 탐정은 2020년 6042명에서 2024년 9827명으로 4년 만에 약 63% 늘었다.

작년 6월 중견 주방용품 판매 업체 C사에 “회사 상품을 빼돌려 중고 판매 업자에게 팔아치우는 직원이 있다”는 익명 제보가 들어왔다. 경찰에 신고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회사는 방첩사령부에서 첩보 수집 업무를 했던 상사 출신 탐정을 고용했다.

이 탐정은 C사 상품을 판매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과 인터넷 쇼핑몰 업체 200여 곳 목록을 정리했다. 이후 직거래와 택배 등으로 판매 업자들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 탐정은 3개월 조사 끝에 물건을 빼돌린 영업 실장과 판매원 4명을 모두 밝혀냈다.

서울의 한 대형 납품 업체는 ‘공장장이 뒷돈을 받았다’는 소문으로 회사 내부가 시끄러워지자 지난 7월 국가정보원 출신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이 탐정은 승진 누락, 임원과의 갈등 경험 등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범행 동기가 있을 만한 직원을 추렸다. 업체는 탐정이 조언한 방식대로 내부 조사·감사를 진행했고, 경쟁사에 기밀을 팔아넘긴 전현직 직원 10명을 가려냈다.

다만 탐정 간판을 내걸고 심부름센터, 소위 흥신소가 하는 ‘뒷조사’ ‘불륜 추적’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곳도 여전히 적잖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위치 추적기나 도청·도촬 등 불법 조사를 통해 불륜을 적발했다며 추적 영상 등을 올렸다가 처벌받는 업체도 늘고 있다. 상대 동의 없이 녹취·촬영하거나 상대가 미행 사실을 인지한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스토킹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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