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일타강사’ 같던 네타냐후, 이번 연설 땐 외면당했다
70국 대표 100여 명 우르르 퇴장


지난 26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재킷 배지에는 QR 코드가 인쇄돼 있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과 관련된 사진·정보로 연결되는 QR 코드였다. 네타냐후는 청중을 향해 “휴대전화를 들어 코드를 인식해 보라”면서 “우리가 왜 싸우고 있으며 왜 이겨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는 “깜짝 퀴즈를 풀어보자”면서 객관식 문제가 적힌 자료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누가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나” “미국인과 유럽인을 냉혹하게 살해한 것은 누구인가”라는 문제와 함께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그리고 ‘위 항목 모두’의 보기가 주어졌다. 네타냐후는 직접 검은 펜을 들고 ‘위 항목 모두’에 정답 표시를 했다.
네타냐후는 과거 유엔 연설에서도 각종 소품과 자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중동 1타 강사’처럼 쇼맨십을 과시했다. 2012년에는 이란 핵 개발을 규탄하며 폭탄 모양 도표를 준비했고, 2018년 연설에선 이란의 비밀 핵 개발 시설이라며 사진 자료를 제시했다. 이런 전략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가자 지구의 민간인 희생을 이유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네타냐후가 연단에 올라섰을 때 중동·아프리카 등 70여 국에서 파견된 대표단 100여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다. 퇴장 행렬이 모두 나갈 때까지 환호성과 박수가 이어졌다. 이후 한 시간가량 연설한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것은 불명예스러운 결정”이라고 주장하면서 하마스를 겨냥해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당신들을 사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뉴욕에서는 이스라엘 규탄 집회가 열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른 아침부터 유엔본부 앞에 집결해 행진하며 “네타냐후를 체포하라” “가자 지구의 아사(餓死)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시위에 참석해 “트럼프의 명령에 불복하고 인류의 법칙에 복종하라”고 연설하자 미 국무부는 “무모하고 선동적인 행동을 보인 페트로의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네타냐후의 뉴욕 도착 전날에도 시위가 벌어져 14명이 구금됐다. 자정쯤 네타냐후가 묵은 호텔 앞에서는 20여 명이 ‘네타냐후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겠다며 북을 두드리고 구호를 외치는 ‘소음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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